알뜰폰 메기로 키운 日·獨, 오픈랜과 정책 지원이 주효

2025-01-21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정책의 방향타를 제4 이동통신사 유치 대신 알뜰폰(MVNO) 집중 육성으로 선회했다. 규모 있는 알뜰폰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통해 장기적으로 이통사(MNO)들과 경쟁할 수 있는 메기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해외에서는 일본 라쿠텐모바일과 독일의 1&1 드릴리쉬가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알뜰폰으로 시작해 풀MVNO를 거쳐 이통사로 전환한 대표적 사례다. 오픈랜·가상화무선접속망(vRAN), 클라우드 네트워크 등 신기술로 진입 비용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들 기업은 알뜰폰 육성을 통해 통신 3사 과점체제에 균열을 냈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기대하는 통신시장 경쟁 모델과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다.

먼저 일본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 자회사인 라쿠텐모바일은 2014년 알뜰폰 사업자로 출발해 2020년 신규 이통사로 시장에 진입했다.

사업 초기에 NTT도코모의 롱텀에볼루션(LTE) 망을 임대해 업계 최저 수준 요금제를 출시하고 경쟁사인 프리텔을 인수하며 제4이통 진입 직전인 2020년에는 가입자 230만을 보유한 최대 알뜰폰 업체로 성장했다.

이후 5G 전국망을 구축하며 제4이통사로의 행보를 본격화했다. 오픈랜(개방형무선접속망)과 클라우드 기술 기반으로 설비 투자 규모를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KDDI와 로밍 확대를 통한 품질 개선, 0엔 요금제와 최강플랜 요금제 등을 앞세워 지난해 기준 650만의 가입자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독일의 1&1도 오픈랜 등 신기술을 통한 네트워크 구축 효율화와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제4이통으로 성장했다.

독일은 이통 3사인 도이치텔레콤·보다폰·텔레포니카 외에 100여개의 알뜰폰 업체가 시장의 약 25%를 점유하고 있다. 그중 1&1은 2014년부터 데이터 선구매를 적극 활용해 자체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설계하며 점유율을 높였다. 이는 당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텔레포니카와 E-Plus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10년간 망 용량의 30%를 알뜰폰사가 선구매할 수 있도록 조건을 부과한 덕분이다.

1&1은 2019년 2㎓, 3.6㎓ 대역을 할당받아 오픈랜 방식으로 5G망을 구축했다. 2023년 12월 전국 서비스를 개시하며 제4이통으로 진입했다. 현재까지 3000여개 기지국을 구축했으며 망 미구축 지역에서는 보다폰과 텔레포니카 망을 로밍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독일 통신시장의 10% 이상을 점유하는 주요 사업자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라쿠텐 모바일과 1&1 모두 오픈랜과 클라우드 가상화를 통해 네트워크 구축 비용을 줄이고 기존 이통사와 망 연동을 앞세워 서비스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면서 “우리나라도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 기대보다는 향후 이통사로 전환시 연착륙할 수 있는 풀MVNO를 육성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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