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ETF 170개 가격산출 오류…안내조차 없던 운용사들

2025-03-28

정재원 기자(jeong.jaewon@mk.co.kr), 정상봉 기자(jung.sangbong@mk.co.kr),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배당 중복 계산에 iNAV 왜곡

KIND에는 오류 공시했지만

운용사들 투자자 안내 없어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170개에서 실시간 추정순자산가치(iNAV) 산출 오류가 발생해 다수의 ETF가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류 발생 후에도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에게 아무런 안내 없이 거래를 이어가면서, 국내 증시 전반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 ‘PLUS 고배당주’, ‘RISE 200’ 등 ETF는 이날 공시를 통해 자산구성내역(PDF) 내 종목 정보 오류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ETF들은 PDF 내 종목 수량 오류로 실시간 iNAV가 실제보다 높게 산출되면서 일정 시간 동안 고평가된 가격에 거래됐다.

iNAV는 ETF를 구성하는 종목들의 실시간 주가를 바탕으로 계산한 ETF 1주당 예상 가치다.

투자자들은 iNAV를 참고해 ETF가 실제 가치보다 싸게 거래되는지, 비싸게 거래되는지를 판단한다.

이날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 장중 괴리율이 -1.31%까지 확대됐다.

iNAV가 실제 가치보다 1.08% 더 높게 잡혔다는 사실을 파악한 유동성공급자(LP)가 낮게 호가를 대면서 괴리율이 벌어진 것이다.

오류가 발생한 ETF는 총 11개 자산운용사의 170개 상품에 이른다.

운용사별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71개, KB자산운용 34개, 키움자산운용 12개, 한화자산운용 18개, NH아문디자산운용 23개, 흥국자산운용 3개, 유리자산운용 2개, 하나자산운용 1개, 대신자산운용 2개, DB자산운용 2개 등이다.

각 ETF의 오류 발생과 정정 내역은 한국거래소 공시시스템(KIND)에 모두 게시된 상태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ETF 2개에도 오류가 있었으나, 아직 KIND에 관련 내용은 올라오지 않았다.

이번 오류는 펀드 사무관리사인 한국펀드파트너스가 배당금을 중복 계산하면서 발생했다.

한국펀드파트너스관계자는 “최근 배당제도 변화로 분기 배당 등 배당기준일이 달라진 기업들이 생기면서 시스템 혼선이 있었다”며 “해당 오류는 이날 낮 12시 10분에 모두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펀드파트너스는 과거 미래에셋그룹 계열이었으나 현재는 분리되고 미래에셋컨설팅이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오류 발생 이후 각 운용사가 이를 투자자에게 안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펀드파트너스는 이날 장 시작 직후 오류를 인지하고 오전 10시경 각 운용사에 통보했지만, 이와 관련해 투자자에게 공지하거나 안내한 자산운용사는 한 곳도 없었다.

가장 많은 오류가 발생한 미래에셋운용은 70개 넘는 ETF에서 문제가 발생했지만 관련 공지나 해명을 하지 않았다.

피해 규모는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iNAV가 실제보다 높게 산출된 상태에서 ETF를 매수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KB자산운용은 오류가 발생한 상태에서의 거래 규모를 약 50만주, 거래대금 17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발생한 손실은 약 1000만원으로 예상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사무관리사 측의 1차적 오류에서 비롯됐지만, 운용사와 LP 모두 자체 검증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갖춰야 한다”며 “향후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더라도 투자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2차, 3차 검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iNAV 산출 오류 과정에서 자산운용사들의 소극적인 대응이 드러나면서, 국장(국내주식)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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