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야드 이민우 스핀양 조절하면 20야드 더 보낼 수도"

2025-03-31

PGA 투어 휴스턴 오픈에서 우승한 호주교포 이민우의 볼 스피드는 놀랍다. 시속 194, 193마일이 쉽게 나왔다. PGA 투어의 평균 티샷(파4, 파5홀) 볼 스피드는 시속 175마일 정도다. 이민우는 이 보다 20마일, 그러니까 10% 이상 더 빠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포심 패스트볼 평균 속도가 시속 94.2마일이다. 메이저리그 야구로 치면 이민우는 105마일이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거다.

이민우는 동반자들을 거리로 압도했다. 그러나 3라운드 파5인 16번 홀 등 몇 몇 홀에서는 약간 달랐다. 동반 경기한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가 평소 보다 세게 티샷을 쳤다. 셰플러는 전성기 잭 니클라우스처럼 힘을 다 쓰지 않고 전략적으로 경기하는 스타일이다. 필요할 때만 힘을 쓴다. 그의 볼 스피드는 180마일이었고 거리는 335야드였다.

반면 194마일 볼 속도의 이민우의 거리는 339야드였다. 볼 스피드가 14마일 차인데 거리 차는 4야드에 불과했다.

구질 때문으로 보인다. 휴스턴 인근 오스틴에서 골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체육학 박사 윤석준 프로는 “이민우는 백스윙을 가파르게 드는 경향이 있고 스핀양이 높아 스피드에 비해 캐리 거리와 런이 적다”고 말했다.

이민우의 스핀은 분당 3175번이었고 셰플러는 2611번이었다. 챗GPT에 의하면 이민우의 드라이브샷 평균 스핀은 분당 3539번이다.

이민우는 우승 후 스핀과 론치앵글에 대한 질문에 “지난 주 헤드를 교체해 좋아졌다. 스핀이 많아 낮추려 노력한다”고 했다.

한 피팅 전문가는 “190 마일대 중반의 볼스피드에 이상적인 론치 앵글과 스핀을 조합하면 350야드 넘게 칠 수 있다. 이민우는 볼을 올려 치는 게 아니라 내리쳐 론치각도는 낮고 스핀이 많다. 스피드가 빠른 선수 중 내리치는 선수들이 있다. 컨트롤을 위해(똑바로 보내기 위해) 스핀양 증가를 감수하고 내리치기도 하고 스피드가 너무 빨라 올려 치는데 어려움을 겪는 선수도 있다. 브라이슨 디섐보는 몸을 만들어서 올려쳤다”고 말했다.

JTBC 골프 박원 해설위원은 “이민우는 백스윙이 다소 높아 탑에서 타깃 왼쪽을 보는 레이드-오프(laid-off)가 발생하는 경향이 있지만, 다운스윙 시작 단계에서 뛰어난 샬로윙(shallowing) 동작과 가파른 래깅(lagging) 능력으로 클럽헤드를 올바른 플레인으로 가지고 내려온다. 체중이동 보다는 어깨를 닫아 놓은 채로 코어 근육의 파워를 이용해 힙을 빠르게 열어주며 강한 임팩트를 만들어낸다. 누나인 이민지 선수와 비슷한 스윙 유전자다. 클럽헤드 스피드가 빠를수록 스핀양은 커지고 볼 탄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는데, 이민우는 가파른 래깅에 이어 엄청난 양의 핸즈 포워드(Hands-forward) 임팩트로 발사각을 낮춘다. 아마추어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투어 프로들도 따라하기 힘든 빼어난 스윙능력을 갖춘 선수”라고 말했다.

투어 최장타자로 꼽히는 알드리치 팟기터는 이민우와는 반대다. 그의 스핀양은 2000rpm 이하다.

PGA 투어 선수 중 이론가로 꼽히는 마이클 김은 “팟기터는 올려 치는 선수라서 공이 높이 뜨기 때문에 스핀을 줄인다. 낮게 치는 걸 좋아하는 선수들은 볼을 찍어 치는데 스핀이 낮을 경우 자칫하면 볼이 뜨지 못하고 뚝 떨어지는 황당한 샷이 나올 수 있어 스핀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우는 자신의 스윙 특성에 맞춰 스핀과 발사각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거리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론치 앵글과 스핀양을 바꿔 더 멀리 칠 여지는 있다.

휴스턴=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