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에 ‘10년물 국채 매입’ 강요하나…트럼프式 압박 본격화

2025-04-16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미국이 한국에 10년물 이상 국채 매입을 강요할 가능성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안보 우산 제공을 근거로 한국에 재정 부담과 통화 리스크까지 떠넘기려는 ‘마러라고 전략(Mar-a-Lago Accord)’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이 전략에 따라 한미 고위급 협상 테이블에서 국채 매입 요구가 핵심 의제로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마러라고 전략’은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다루는 방식으로, 무역 흑자국에 관세 완화, 안보 협력, 통화 분담까지 연계된 다층 협상을 요구하는 트럼프식 거래 모델이다.

16일(현지시간) 예정된 미·일 관세 협상에서도 일본은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 비관세 장벽 완화,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비롯된 무역수지 관리 이행 등 전통적 교환 이슈를 중심으로 협상에 임할 예정이다.

반면 한국은 무역 불균형 해소와 함께 ‘10년물 이상 미국 국채 강매’가 포함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1944년 체결된 국제통화 시스템으로, 달러를 국제결제의 기축통화로 삼고 무역흑자국에는 부담을 요구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틀 안에서 한국은 만성 흑자국으로 분류되며 미국의 구조적 압박 대상이 되고 있는 셈이다.

2024년 기준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은 일본(약 1조 1680억 달러), 뒤를 이어 중국, 영국 등이 있지만 한국의 국채 보유 규모는 상대적으로 낮아, 트럼프 행정부의 국채 분담 압박이 더욱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국채로 ‘안보 우산’ 값 매기나…“사실상 기정사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IFES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이 미국의 안보 우산과 무역 흑자를 동시에 누리는 것을 ‘착취’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제는 장기 국채 매입까지 안보의 대가로 요구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이어 “트럼프식 통상+안보 통합 전략은 단기적 경제 논리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며, 이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경제적 종속을 넘어서기 위해 ▲무역·산업 다변화 ▲국방·외교 다자협력 ▲전략기술 자립 등 국가 전략의 전면적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이 보여줘야 할 것은 ‘국채를 사주는 동맹’이 아니라, 공정하게 기여하며 자율을 지키는 파트너임을 강조했다.

◇ 산업 협력이 답이다…“조선·AI·에너지로 설득하라”

전문가들은 한국이 국채 대신 조선, AI, 에너지 등 전략 산업 협력을 통해 실질적 기여를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15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에서도 이 같은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조선 분야에서는 미 해군의 전투함 MRO(정비·유지·보수) 기지로서 한국의 기술력이 강조됐다.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의 30년간 364척 함정 건조계획에 한국이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 정우만 상무는 “미 해군이 향후 30년간 364척의 신형 함정을 건조할 예정”이라며, 한국과의 건조 협력이 미군의 전투 준비태세를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존스법 등 미국 내 규제의 해소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미국산 LNG 수입 확대와 원전 기술 협력이 무역균형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해법으로 제시됐다.

AI·반도체 분야에서는 한국이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국이자 미국산 반도체에 제한 없는 몇 안 되는 국가로서, 미국의 기술 공급망 재편 전략에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마크 메네즈 미국에너지협회 회장은 “한국은 LNG를 전량 수입하는 국가로, 미국산 LNG 구매 확대는 무역불균형 해소와 탄소중립 전략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미국의 과잉 LNG 물량을 한국이 흡수하는 대신, 수입단가를 조정할 여지도 생긴다”며 협상 여지를 강조했다.

정부 측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오는 22일부터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을 계기로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이 미 통상 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 만큼 면담이 성사되면 관세와 금융정책을 비롯해 한미 현안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의 방한 일정도 조율되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 한미 관세 협상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 국채 매입 강요가 현실화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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