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정책 과제를 다시 준비하며

2025-04-20

윤석열이 파면됐다. 이후 대선 일정이 확정되며 각 정당은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 돌입했다. 파면의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해산되어야 마땅할 정당의 후보들까지 참여하는 선거 리그를 보고 있자니 답답함을 더 느끼게 된다. 다만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광장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이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고, 사회대개혁 과제를 모아 가는 과정을 보며 민주주의가 더 단단해졌다는 사실에 안도할 뿐이다.

광장의 주요 구성원이던 성소수자들도 대선을 앞두고 바빠지기 시작했다. 성소수자 정책 과제를 준비하고, 캠페인을 기획하며, 성소수자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상상하고 있다.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거나 사회적 소수자 인권 과제를 거론조차 하지 않는 정당들이 존재하는 상황이어서 과연 누가 성소수자 요구안을 들어줄지 모르지만, 성소수자도 선거권을 가진 시민이자 광장의 일원이었기에 ‘요구’가 흩어지지 않고, 선거 이후 ‘약속’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게끔 치열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요구할 성소수자 정책은 총 20가지다. 성소수자 인구를 파악하고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를 실행하라는 요구부터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다양한 성별을 포용하는 행정이 필요하다는 것까지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들이 포함돼 있다. 수년 동안 반복해서 외쳤던 요구지만, 당선자가 누구든 단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이 없기 때문에 정책 과제가 계속 쌓여만 간다.

사실 힘이 빠질 때도 있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관련 질문을 불편해하고,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소재로만 소비할 때, 또 여전히 찬반 논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요구안이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선거가 끝나면 성소수자 정책은 쉽게 잊혔고, 다음 선거 때 같은 내용의 요구가 제시됐을 뿐이다. 그사이 성소수자 차별 사례가 늘어갔고, 방치하다시피 한 성소수자 혐오는 극우 세력의 힘을 키웠다.

이번엔 다를 것이라 믿는다.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만든 온라인 공론장에서 시민들이 가장 많이 요구한 변화는 ‘차별금지와 인권보장’(31%)이었고, 구체적 과제로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제시됐다. 정치 세력의 비겁함과 달리 광장의 시민은 ‘차별 없는 사회’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오는 22일 제21대 대선 성소수자 국정과제 요구안 발표를 시작으로, 광장에서 “민주주의 지키는 성소수자, 성소수자 지키는 민주주의”를 외쳤던 시민들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인권과 민주주의가 후퇴되지 않도록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선거 때마다 성소수자는 늘 애물단지처럼 취급받아 왔고, 회피하고 싶은 대표적 이슈였다. 이번에도 기꺼이 불편한 존재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성소수자 시민의 가시화는 광장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하는 힘으로 연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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