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대법원은 70대 아내를 목졸라 숨지게 한 80대 남성에 대해 징역 3년의 원심을 확정했다. 그 자신도 약을 먹었지만 목숨은 건졌다. 2020년 7월부터 치매 진단을 받은 아내를 4년째 홀로 돌보며 지내다 벌어진 비극이었다. 지난해 1월엔 대구에서 50대 남성이 치매 앓는 80대 아버지를 15년간 간병해오다 숨지게 한 뒤 “아버지와 함께 묻히고 싶다”는 짧은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보건복지부가 12일 공개한 치매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치매 환자 수가 내년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2016년 조사보다 노인 치매 유병률(9.25%)은 낮아졌지만,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어 치매 환자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44년이면 200만명을 넘을 거라고 한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했다. 만만찮은 간병 부담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가족에게 그런 짐을 지우게 되는 환자의 절박함과 미안함도 담겨 있다. 치매는 특히 장기간 간병이 불가피해 가족들의 스트레스가 더욱 심각하다. 다른 노인성 질환과 달리 환자의 존엄이 문제되기에 가족들이 싸안는 경우가 잦다. 경제적 부담도 크지만 가족들의 일상이 무너지기 쉽다. 그래서 치매는 개인을 넘어 국가적·사회적 책임이 강조된다.
노인요양보험 제도와 ‘치매 국가책임제’ 등 이런저런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사각지대가 많다. 노인요양보험은 자격 조건의 까다로움이나 정보 부족 등으로 이용자가 65세 이상 의료보장 인구의 약 11%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가와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대상자를 파악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치매 간병은 ‘존엄’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환자는 물론 보호자가 최소한의 인간적·일상적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그들의 존엄도 중요하게 살펴야 한다. 장기요양보험 수급자의 단기보호 이용 일수 확대나 ‘치매가족돌봄 안심휴가 지원’ 제도 확산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요양시설 확충과 재가 요양제도 정비에도 힘써야 한다. 이런 일을 모두 하자면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정치권의 감세 경쟁 탓에 재정엔 적신호만 들어온다. ‘치매 100만명’ 시대가 눈앞인데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