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쿠폰(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가전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보니, 샤오미로 많이들 오시죠.”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IFC몰에 위치한 ‘샤오미 스토어’의 직원은 “여기 있는 모든 제품에 소비쿠폰 적용이 가능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매장 곳곳과 계산대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 매장입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난 6월에 문을 연 이곳은 샤오미 한국법인이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직영 매장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소비쿠폰) 사용처에 한국 가전 대·중견 기업들은 빠진 반면, 중국 빅테크 기업 샤오미가 포함돼 논란이다. 정부가 소비쿠폰의 사용 제한 업종으로 ‘대형 전자제품 판매점’과 ‘대형 외국계 매장’을 명시하면서 삼성스토어, LG베스트샵, 하이마트 등 국내 가전 양판점은 물론 미국 애플이 운영하는 애플스토어도 제외됐다.
그러나 중앙일보 확인 결과 중국 샤오미의 한국법인 샤오미코리아가 운영하는 직영 매장에서는 서울 시민들이 받은 소비쿠폰을 이용해 샤오미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정부의 기준에 따라 해당 매장이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소상공인’ 매장으로 분류된 탓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인 샤오미의 지난해 매출은 3659억위안(약 71조원)으로, SK하이닉스(약 66조1930억원)를 웃돈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70만원대 TV 제품을 소개하면서 “15만원이 넘는 제품을 사더라도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며 소비쿠폰을 활용해 구매하도록 권했다. 이곳에서는 샤오미 스마트폰이나 TV뿐만 아니라 선풍기, 전기밥솥, 무선청소기, 제습기, 헤어드라이어 등 각종 생활가전을 포함한 100여개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평일 오후였는데도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고 알려진 샤오미 제품을 구경하러 온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중국 빅테크 기업이 직영하는 국내 매장에 소비쿠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소비쿠폰 정책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소상공인 지원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며 13조원 규모의 소비쿠폰 발행 계획을 내놨다. 이 때문에 대기업 계열 편의점 직영점이나 기업형 수퍼마켓(SSM)은 물론, 중견기업 유통 매장도 모두 사용처에서 제외됐다. 가령, 압력밥솥·전자레인지·정수기 등의 생활 가전제품을 파는 국내 중견기업 쿠쿠 직영 매장에선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없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1일 “규정상 문제 없다”는 입장을 중앙일보에 밝혀왔다. 두달 전 오픈한 샤오미코리아 국내 매장은 지난해 매출이 없어 연 매출 30억원 이하 기준에 해당하므로 사용 가능 매장에 포함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내 영세 자영업자를 돕겠다며 도입한 소비쿠폰이 오히려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라며 “외국계 매장은 매출 규모와 관계없이 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 허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행안부 관계자는 12일 중앙일보에 “유흥·사행성업종을 매출액과 관계없이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하듯, 샤오미도 외국계 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제외 업종으로 지정하기로 했다”라며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기업을 앞으로 계속 확인하면서 소비쿠폰 사용처를 정비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