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중의 북트렌드](134) 오십의 문을 여는데 용기가 필요한 분들에게

2025-12-09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보면, 중년으로써 공감되는 장면이 많다. 회사에서는 후배에게 밀리고, 집에서는 존재감이 줄어든다. 성실히 살아왔는데 마음 한편이 허전하다. ‘이게 전부일까?’ 중년을 지나며 누구나 한 번쯤 던지는 질문이다.

 생각나는 책이 제임스 홀리스의 <오십, 어떻게 살아야 할까>다. 책은 인생의 중간 지점에 선 우리에게 묻는다. “이제부터는 진짜 나로 살아갈 용기가 있는가?” 작가는 말한다. “인생의 중간에 이르러 우리는 더 이상 ‘왜?’라는 질문을 미룰 수 없다.”

 그동안 우리는 부모의 기대, 사회의 기준, 생계의 무게 속에서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오십 이후의 삶은 그 답안을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하는 시간이다. 작가는 중년을 위기라고 안 부르고, 오히려 영혼이 쑥쑥 자라는 ‘두 번째 여정’이라고 했다.

 기술의 발전은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두려움과 비교를 키웠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는 동안 정작 ‘나’는 점점 희미해졌다. 홀리스는 단호하게 말한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를 걱정하며 사는 삶은 결국 타인의 삶을 사는 것이다.”

 “늙는다는 것은 점점 더 자신이 되는 과정이다.”

 젊음의 특권을 잃는 대신, 진실을 말할 자유를 얻는 시간. 더 이상 세상이 시키는 대로 살 필요가 없다. 불완전한 나를 인정하고, 그럼에도 ‘지금 여기서’ 나답게 살아가는 용기. 그것이 오십 이후의 삶이 던지는 과제다.

 “진정한 자유는 나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용기에서 온다.”

 남 탓을 멈추고, 과거를 용서하며, 고독을 견디는 일. 그 과정을 통해 비로소 ‘진짜 나’가 깨어난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묻는다.

 “내가 죽을 때, 살아내지 못한 삶 때문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오십에만 던지는 말이 아니다.

 삼십에는 방향을 묻는 말이고, 사십에는 멈춤에 용기를 주는 질문이다. 장년에게는 다시 걸음을 내딛게 하는 질문이다. 인생의 어느 시점이든 우리는 늘 두 번째 삶의 문 앞에 서 있다.

 작가는 매일 아침 지하 주차장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을 내려오면서 주문처럼 간단한 여섯 단어를 되된다고 한다. 입 닫고(Shut up) 옷을 다듬고(Suit up) 자신을 드러내자 (Show up) 첫 번째 문장은 불평불만을 멈추겠다는 다짐, 두 번째 문장은 내가 몸담은 일에 합당한 노력과 적극적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 마지막 문장은 내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을 나타내는 것, 즉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뜻이다.

 두려움이 커질수록, 타인의 기대를 내려놓고 나를 찾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오십은 끝이 아니다. 사십도, 육십도, 칠십도 그렇다. ‘진짜 나’로 다시 시작하는 첫날은, 언제나 오늘이다. 그 문을 열 용기가 필요한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글 = 조석중 독서경영 전문가

 소개도서

 《오십,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제임스 홀리스 지음 . 김미정 옮김 / 북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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