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이 돌아나올 듯…‘공포의 돌림판’

2025-11-04

프로농구 수원 KT는 올 시즌(2025~26) 홈에서 유독 강하다. 현재 공동 3위(7승4패)인데, 홈 코트인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치른 7경기에서는 5승2패다. 홈 관중석에는 KT 전력에 힘을 보태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이른바 ‘빙글빙글 돌림판’이다. 상대 팀 선수가 자유투 라인에 선 순간에 시선 정면, 즉 백보드 뒤에 있는 홈 팬 100여 명이 일제히 돌림판을 돌린다. 자유투를 준비하는 상대 선수에게 최면이라도 걸 듯한 기세다. 게다가 엔드라인 근처의 KT 치어리더들은 일제히 가래떡처럼 휘는 풍선을 흔든다.

상대 선수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데는 효과 만점이다. 선수 출신인 김도수 해설위원은 “자유투 쏠 때 저게 보이냐”고 묻는 캐스터에게 “당연히 보인다. 너무 잘 보인다. 중계석에서 보는 지금도 혼란스럽다”고 대답했다. 림에만 시야를 고정하고 몰입하는 방법으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선수도 간혹 있다. 하지만 자유투 방해 작전은 확실히 효과적이다. 지난달 7일 옥존과 함지훈이 수원 원정경기 막판에 결정적 자유투를 놓친 울산 현대모비스는 73-74로 역전패했다. 지난달 18일 대구 한국가스공사도 수원 원정경기 후반전에 자유투 4개를 모두 놓쳤고, 65-68로 무릎을 꿇었다.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1라운드(9경기) 수원 원정팀의 자유투 성공률은 68.9%로 가장 낮았다. 특히 개막 직후 4경기에서 수원 원정팀의 후반전 자유투 성공률은 42.3%에 그쳤다. 자유투는 넣어도 1점밖에 되지 않지만 경기 막판에는 승부를 가르곤 하는데, KT 홈팬들의 열정적 응원이 이에 한몫하는 셈이다. KT 문정현은 시즌 초 홈 5연승을 달리자 “홈 팬들이 원판을 돌려 상대 자유투가 저조한 덕을 보는 것 같다”고 관중의 공을 인정했다.

KT 경기마다 홈 팬들에게 100개 남짓의 돌림판을 배포한다. 그리고 상대가 자유투를 1개라도 실패하면 팬들에게 과자를 나눠주고, 상대가 후반전 첫 자유투에 실패할 경우 팬 추첨을 통해 사인 농구화도 증정한다. 앞서 KT는 2023~24시즌까지는 골대 뒤에 헐크 모습의 하윤기를 모델로 한 움직이는 풍선 인형을 세우기도 했다.

관중석의 팬들이 경기 진행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걸 허용하는 스포츠는 사실 없다. 농구의 자유투 방해는 대표적인 예외다. 하나의 응원 문화로 자리 잡은 미국 농구장의 자유투 방해는 때로는 상상을 초월한다. 2010년대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 토니 파커가 자유투를 던질 때면 상대 팀 팬들은 불륜으로 헤어진 전 부인 배우 에바 롱고리아 등신대 사진을 흔들었다. 또 2016년에는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미국대학농구(NCAA) 경기장에 수영복만 입고 등장했다. 펠프스(미시간대 출신)는 자신의 스승인 밥 바우먼 코치가 속한 애리조나주립대를 위해 상대팀인 오리건대의 자유투를 집요하게 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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