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을 남부 라파로 강제 이주하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인종청소’에 해당하는 “반인륜적 전쟁범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가자지구 주민 이주 계획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주민 이주 계획이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하레츠는 이날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인도주의 도시’를 건설할 계획을 이스라엘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해당 도시엔 가자지구 전역의 230만 팔레스타인인을 수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츠 장관은 “약 60만명 팔레스타인 주민을 보안 심사 후 해당 지역으로 이주시킬 것이며, 한 번 내부로 들어간 주민은 외부로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에 60일 휴전 협상이 성사될 경우, 이 기간 동안 여건이 허락된다면 “도시 건설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인권 변호사 마이클 스파르드는 가디언에 “인도에 반한 범죄로 간주된다”며 “가자지구 남단으로 팔레스타인인을 추방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스라엘 정부는 ‘자발적 이주’라고 주장하지만 현재 가자 주민들이 처한 환경은 탈출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강압적 상황”이라며 “조국에서 사람들을 몰아낸다면 그것은 전쟁 범죄이며, 대규모로 실행된다면 인도에 반한 범죄가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주민을 다른 국가로 이주시킨 뒤 미국이 이곳을 점령하고 ‘중동의 리비에라(유럽 해안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뒤,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적극 지지해왔다.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만찬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주민 이주안을 “훌륭한 제안”이라고 칭찬하며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하고자 하는 국가들을 찾고 있다. 몇몇 국가를 찾는 데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레츠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난민 수용을 위해 여러 국가에 접촉했지만, 이에 동의한 국가가 없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로이터 통신 또한 이날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원하는 구호 단체인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이 가자 지구 내부와 외부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수용하는 대규모 캠프를 건설하는 방안을 미국 정부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캠프 이름은 ‘인도주의 환승구역’(Humanitarian Transit Areas)으로,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하마스의 통제를 대체한다”는 목적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두 소식통을 인용, ‘인도주의 환승구역’이 GHF가 지난 5월27일 가자지구 남부 지역에 식량 배급소를 개설하면서 시작된 작전의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기존 유엔 주도의 구호품 배분 시스템을 대체한 GHF는 가자 남부 3곳과 중부에 1곳에만 배급소만을 설치, 가자 주민들의 강제이주를 유도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GHF는 이에 대해 해당 프로젝트를 제안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