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취업자 17만명 늘었지만…20대 ‘쉬었음’ 42만명 최대

2025-08-13

임모(28)씨는 올해 초 1년 가까이 일했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지난해 대학 졸업 후 마땅한 정규직을 찾지 못해 시작한 일이었다. 한동안 정규직으로의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수십장 넘게 보냈지만 돌아오는 건 탈락 통보였다. 임씨는 "아르바이트를 계속한다고 해서 경력을 인정받는 것도, 돈이 모이는 것도 아니어서 계속 쉬고 있다"며 “구직활동을 이어갈 자신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임씨처럼 특별한 이유 없이 일이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는 20대 '쉬었음' 인구가 지난달 7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대 쉬었음 인구는 지난달 42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5000명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 30만명 전후였던 20대 ‘쉬었음’ 인구는 최근 급증해 40만명 전후를 오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역대 최고치였던 46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20대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데도, 20대 쉬었음 인구가 50대 쉬었음 보다 많은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청년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20대의 선호도가 높은 대기업 일자리는 부족한 데 반해, 기업들은 신입 대신 경력 채용 비중을 높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채용공고 14만4181건 중 경력직 비중은 82.0%였고, 신입만 채용하는 공고는 2.6%에 불과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매출 상위 100대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한 67개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20대 임직원은 2022년 29만1235명에서 2024년 24만3737명으로 4만7498명 줄었다. 전체 임직원 대비 비중도 24.8%에서 21.0%로 3.8%포인트 감소했다. 고용 상황 자체가 나빠진 경기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엔 통계적 요인도 어느 정도 작용한다. ‘쉬었음’은 육아·가사·학업·질병 등의 사유 없이 그냥 쉰다고 답한 사람이다. 결혼이 늦어짐에 따라 쉬는 이유로 육아나 가사를 꼽는 응답 또한 줄면서 ‘쉬었음’ 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지난달 고용률(15세 이상)은 63.4%로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도 70.2%로 0.4%포인트 높아졌다. 둘 다 7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실업률은 2.4%로 역대 7월 기준 가장 낮았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도 2902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만1000명 늘어나며, 7개월 연속 10만명 이상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과 건설업 고용 부진은 계속됐고, 60대 취업자는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20대 취업자는 줄어드는 등 연령별 편차는 극심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는 7월 26만3000명이나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 수 증가 규모를 크게 웃돈다. 급속한 고령화로 요양시설 등 보건 관련 일자리가 많아진 데다 정부가 공공 일자리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게 영향을 미쳤다.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취업자는 7만8000명 줄면서 13개월째 감소했다. 건설업 취업자 또한 9만2000명 줄며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농림어업 취업자는 12만7000명 감소했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꾸준히 농어가가 줄어드는 구조적 요인과 한파·냉해 등 날씨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숙박음식업 취업자도 7만1000명 줄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감소 폭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1년 11월(-8만6000명)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컸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조사 기간 직후 지급이 시작돼 이번 통계에선 빠졌다. 장주성 기재부 인력정책과장은 “숙박음식업 일자리는 전문성을 크게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소비쿠폰)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며 “내달 고용동향에는 그 효과가 어느 정도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34만2000명)과 30대(9만3000명)에서 취업자가 늘었지만, 20대는 13만5000명 감소했다. 20대 취업자는 2022년 11월 이후 33개월 연속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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