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빌, 단순한 교체가 아니라 정체성 재설계

2025-12-28

성적이 무너질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리빌딩’이다. 패배가 반복되고, 감독 교체설이 돌고, 관중의 한숨이 깊어질수록 리빌딩이라는 단어는 계속 등장한다. 그런데 그 단어를 정확히 이해하고 실행하는 팀은 많지 않다. 선수 몇몇을 바꾸는 것은 리빌딩이 아니다. 리빌딩은 팀의 현재 상황과 문제점, 원인 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중장기적으로 대책을 수립해 이행함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왜 부진했느냐”에 답하는 게 첫번째 업무다. 실패의 원인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기 때문에 리딜빙은 늘 불편할 수밖에 없다. 실패한 원인은 다양하다. 선수 노쇠화, 감독 전술 부실, 자신감 하락, 상대적으로 힘든 일정, 안일한 자아도취, 리더십과 팔로어십 사이 괴리, 구단 프런트에 대한 반감 등이다. 이렇게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고 이런 원인들은 모두 서로 맞물려 부진을 초래했다. 그래서 선수 몇몇을 바꾼다고 해서 팀이 달라지지 않는다. 리빌딩은 원인 진단 없이 시작할 수 없다. 이 진단은 감독 한 명, 단장 한 명의 판단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구단 전체가 공유해야 할 문제 인식이다.

팀이 부진한 경우 감독을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평온한 상태에서 감독을 바꿀 때와 위기를 맞아 감독을 바꿀 때는 다르다. 평온할 때는 내부 승진이 좋은 카드지만 강등, 승격 실패, 순위 급락 등 큰 위기에서는 외부 영입이 더 바람직하다. 감독을 누구를 뽑을까에 앞서 구단의 경영 및 철학을 먼저 수립해야한다. 구단이 단기적으로 성적을 원한다면 거기에 맞는 지도자를 데려와야한다. 만일 중장기적으로 팀을 새롭게 만드는데 초점을 둔다고 한다면 감독 선임 또한 그 방향에 맞춰야함은 물론이다. 감독은 해결사가 아니라 설계자다. 설계 도면 없이 투입된 감독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기존 자재로 임시 수리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팀 리빌딩 작업은 순서가 뒤바뀌는 순간 ‘땜질’로 전락한다. 전면 해체는 자해에 가깝다. 성적이 나쁘다고 해서 모든 것을 갈아엎는 선택은 가장 위험하다. 축구팀은 시간과 경험이 쌓여야 작동하는 유기체다. 리빌딩할 때는 반드시 남겨야 할 축이 있다. 중심 축을 이룰 선수들은 반드시 감독과 지도철학, 선수단 운영법 등에 대해 공감하는 선수이어야 한다. 감독의 철학과 운영 및 관리법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뒤에서 수군대거나 동료들을 흔드는 행위는 하는 선수들은 무조건 팀을 떠나야 한다. 리빌딩을 말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기준이 ‘젊음’이다. 그러나 젊다고 모두 미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성장 곡선이 멈춘 24~25세 선수도 있고, 반대로 29~30세라도 팀 구조의 중심축이 될 수 있는 선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3~4년 동안 성장하거나 최소한 기량이 유지될 수 있는가 여부다.

선수를 영입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기존 선수를 내보내는 것이다. 굵직한 선수일수록 구단 내외부적으로 감당해야하는 고통과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고연봉 대비 기여도가 낮은 선수, 감독 전술과 맞지 않는 핵심급 선수, 라커룸 분위기를 해치는 선수 등을 정리하지 못하면 새로운 설계는 작동하지 않는다. 과거에 공헌한 것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것에 미래를 걸어서는 안된다.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손흥민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빅클럽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것도 결국 향후 3,4년을 내다본 팀 리빌딩의 결과물임을 잊으면 안 된다.

리빌딩은 선수 교체가 아니라 정체성의 재설계다. 급하면 실패하고, 원칙이 있으면 늦어도 성공한다. 그게 바로 리빌딩의 철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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