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소비 증가로 온실가스 배출 24년 만에 77% 급증

2025-03-21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의약품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제약 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 24년 동안 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의약품 폐기물을 줄이고, 정부와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 소비와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량이 77%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전 세계 평균 소비 증가율인 49%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란셋 플래닛 헬스(Lancet Planetary Health)에 게재됐다.

연구를 주도한 로잘리 하게나르스(Rosalie Hagenaars) 박사는 “의약품 소비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며, “폐기물 최소화를 포함한 소비 절감이 제약 부문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사람들은 진통제, 항생제 또는 처방약을 복용할 때 환경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약품 생산 및 폐기 과정은 상당한 탄소 배출을 동반한다.

연구진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76개국을 분석했으며, 이번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 관련 배출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최초의 사례다. 기존 연구는 개별 약물에 초점을 맞춘 단편적인 추정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분석을 통해 제약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대부분의 다른 산업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란란 왕(Lanlan Wang)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에 고소득 국가 중심이었던 데이터에서 벗어나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통계를 포함하여 보다 정확한 그림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의약품 낭비 역시 탄소 배출량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하게나르스 박사는 “기존 연구에 따르면,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의약품 비율이 3%에서 최대 50%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낭비가 발생하는 주된 원인은 유통기한이 지난 비축량, 과다 처방, 대형 패키지 크기 등이다. 특히 많은 국가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약품을 반품할 수 있는 제도가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제약 산업의 글로벌화도 문제로 지적됐다. 오늘날 의약품 생산은 다국적 공급망을 통해 이루어지면서, 소비국 외부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기업들이 해외 공장의 배출량을 충분히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의약품 소비 절감과 폐기물 관리 강화가 필수적이다.

하게나르스 박사는 “정부가 폐기물 감축을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사용하지 않는 의약품 수거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국가별 의약품 소비 및 배출량 차이를 분석해 최적의 정책을 도입할 필요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고소득 국가에서는 1인당 의약품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이 저소득 국가보다 9~1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더 나은 처방 관행, 생산 방식, 정책을 통해 의료 서비스 질을 저하시키지 않으면서도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기업들의 배출량 보고는 제한적이며, 특히 '범위 3(Scope 3) 배출량' 즉,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국가의 절반 이상에서 범위 3 배출량이 전체 배출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제 의약품 배출이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더 나은 데이터와 체계적인 연구 없이는 효과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제약 산업의 탄소 배출 증가 속도가 빠르게 가속화되는 만큼, 정부·기업·소비자 모두가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연구진은 보다 나은 처방 관행, 폐기물 감소 정책, 기업의 투명한 배출량 공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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