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화시스템과 현대로템이 적 드론과 대전차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능동방호시스템(APS)’ 기술을 각자 개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진행될 ‘K2전차 성능개량 사업’과 ‘차세대 전차 사업’에 양 사가 자사의 APS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APS란 전차·장갑차 등의 기갑 차량이 대전차 로켓·대전차 미사일 등의 공격을 받기 전에 능동적으로 위협체를 무력화해 공격을 막는 방어 체계로 전투차량의 첨단 생존 장비다.
일반 상품과 다르게 전차는 지적재산권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가지고, 현대로템 등 방산기업은 생산만 담당한다. 그런데 최근 수출형 무기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APS를 따로 연구개발 하면서 중복 투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이 각자 투자하는 것을 막을 순 없지만, 역할을 구분하면 국가적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그래서 자국 기업 간에 경쟁하기보단 개발하는 부분을 효율적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화시스템은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약 360억 원 규모의 ‘차세대보병전투차량 다중 위협체 대응 지능형 능동방호 기술’ 과제 계약을 지난 2023년에 체결했다. 2026년까지 ‘복합형 능동방호기술’과 ‘지상용 지향성 방해기술’을 개발해 다중 위협체에 대응 가능한 지능형 능동방호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은 이번 과제 수행을 통해 능동위상배열 레이다 등의 탐지 센서로 위협체를 정확하게 탐지·추적할 계획이다. 또한 획득 및 융합된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위협체에 적합한 대응 체계를 자동으로 판단하는 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다. 아울러 위협체를 대응탄으로 직접 파괴하는 하드킬 기술과 지상용 지향성방해장비(DirCM)를 활용한 소프트킬 기술을 복합 개발한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11년에 K2 전차 능동파괴체계의 핵심 기술인 ‘근거리 미사일·로켓 방어체계’의 레이다와 열상추적장치를 국내 독자 연구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용 지향성방해장비(DIRCM)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DIRCM은 항공기에 장착돼 적의 미사일 위협 신호가 탐지되면 고출력 적외선 레이저(기만 광원)를 발사, 미사일을 교란해 아군 항공기의 생존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하는 첨단 방어 시스템이다.
현대로템은 K2PL(수출형) APS를 국내외 협력으로 개발하고 있다. 통제컴퓨터·제어패널·발사장치·자동장전장치 등은 현대로템이, 레이다·광학센서·상부레이다 등을 국내 협력업체가 담당한다. 대응탄은 이스라엘 라파엘사에서 납품받는다.
현대로템의 APS는 고속 위협체인 성형작약탄, 운동에너지탄과 저속 위협체인 ATGM, RPG 등을 레이더 및 영상센서로 탐지 및 정밀 추적하고 지향성 폭압 또는 EFP대응탄을 발사해 무력화한다. 또한 재머와 지향성 적외선 방해장비가 포함된 소프트킬 APS를 통해 드론 및 정밀 유도무기에 대응할 수 있다.
현대로템의 성능개량형 K2 전차는 다양한 외부 위협으로부터 승무원을 보호하도록 생존성이 강화된 점이 특징이다. 포탑의 4면 모서리에 각각 8각형 모양의 APS 레이더, 360도 전장 상황인식장치, 레이저 경보장치(LWS) 등을 설치했다. 포탑의 좌우 양쪽 두 곳에는 요격탄을 날릴 수 있는 ‘하드킬’ 방식의 APS 시스템도 탑재됐다. 포탑 상부에는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를 설치해 차량 외부로 몸을 노출하지 않고도 정밀한 사격이 가능하다. RCWS 앞에는 직사면체 구조의 소프트킬이 가능한 ‘드론 재머’도 설치됐다.
APS 등을 포함한 K2전차 성능개량 사업은 올해 2월 선행연구가 끝나고 착수 준비단계다. 2023년 7월 소요가 결정된 사업으로 2031년부터 전력화될 계획이다. 이 사업에서 현대로템과 한화시스템이 각자 개발한 APS를 도입하기 위해 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전력화될 차세대 전차 사업에서도 양 사가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체계종합업체인 현대로템이 협력사로 한화시스템의 APS를 채택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시스템이 현재 개발하는 APS 과제 이름 자체가 ‘차세대보병전투차량 다중 위협체 대응 지능형 능동방호 기술’ 과제다. 차세대 전차에 한화시스템 자사의 APS 탑재를 염두에 두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K2 성능개량형 사업에는 현대로템의 APS가 채택되고, 향후 차세대 전차 사업에는 한화시스템의 APS가 협력업체로 사업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
[핫클릭]
· [밀덕텔링] 드론 전성시대, 전차는 이제 무용지물일까
· 국방력 강화 나선 루마니아, 레드백·천궁 수주 도전하나
· 현대자동차, 칠레 경찰차 시장에 도전장
·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1형 사업 재개, '최저가' 경쟁 돌입
· '3조 원 규모' 항공통제기 2차 사업, 4월에 승자 판가름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