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23일 서울행정법원은 구글과 메타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3건에 대해 개인정보위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이는 개인정보위가 구글과 메타의 맞춤형 광고를 위한 타사 행태정보 수집과 관련해 구글에 대해 1건, 메타에 대해 2건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을 함에 따른 것이었다.
이 사건에서 겉으로 드러난 현상은 아주 간단하다. 어제 내가 쿠팡에서 노트북을 검색했다는 사실이 구글·메타에 전송돼 오늘 내 눈앞에 노트북 광고가 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간략한 한 줄의 현상이 일어나기까지 그 뒷단에서는 매우 복잡한 사실관계가 얽히고섥혀 있었다.
먼저, 이를 위해서는 구글·메타의 회원인 나의 기기에 식별자가 존재하고 또 그것이 구글·메타와 공유된 상태여야 했다. 일종의 식별용 매개체가 사전에 확보돼 있어 익명의 온라인 활동정보가 나의 활동정보로 식별되고 분석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내가 방문하는 외부 웹사이트나 앱에 구글·메타의 코드가 포함돼 있어야 했다. 이를 통해 내가 그 외부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앱)을 방문해 상호작용한 온라인 활동정보가 구글·메타로 전송 가능했던 것이다. 참고로 메타의 경우에는 일명 '비즈니스 도구' 예컨대 픽셀, SDK, 페이스북 로그인, 소셜 플러그인이 여기에 동원됐다.
즉, 구글·메타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 비즈니스 도구를 설치한 외부 웹사이트·앱, 식별용 매개체가 구글·메타와 사전 공유된 나의 기기, 이 3요소가 합작함으로써 '내가 어제 검색하고 오늘 보는 노트북 광고'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복잡한 뒷단의 사정을 이용자인 내가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필자 역시 이 사건 소송에서 개인정보위를 대리하면서 처음으로 관련 사실관계를 세밀하게 인지했고, 재판부에 이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기술적인 사항을 명확히 이해하는 데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재판부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이 사건 판결문에는 “이와 같은 원고의 타사 행태정보 수집 방식은 기술적으로 복잡할 뿐만 아니라 행태정보의 수집이 별다른 공지 없이 은밀하게 이루어져 이용자들이 이를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받는 이 사건 서비스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온라인에서의 행동이 누군가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느낄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 사건에서 개인정보위는, 이런 방식의 맞춤형 광고 자체를 금지한 것이 아니었다. 맞춤형 광고 생태계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은 것이다. 개인정보위가 요구한 것은 딱 한 가지였다. 이런 개인정보 처리의 프로세스를 정보주체가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개인정보는 돈이 되는 데이터다. 돈을 쓰는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개개인을 분석해 지출을 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욕구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 주체가 소외되고 선택권을 잃은 채 끌려다니기만 한다면 이는 정보주체의 인격 자체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준다. 온라인 활동이 생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정보 이슈는 단순히 개개인을 위한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권과 주권을 가진 개인들의 집합체인 사회 자체의 생존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
때문에 정보주체가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떤 식으로 사용되고 있고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이를 제어할 수 있는지를 알고 선택하는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판결이 그러한 사회적 습관과 정보처리 관행을 길러가는 데에 하나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