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못 타겠어요”…연이은 사고에 ‘비행기 포비아’ 확산 [미드나잇 이슈]

2025-02-01

한 달 새 국내외서 비행기 사고 잇따라

‘비행기 포비아’부터 ‘LCC 포비아’까지

가동률 낮추고 정비 시간·인력 확보

보조배터리 기내 반입 규정 강화

“비행기 타기 겁나요.”

“여행 자체를 취소했어요.”

한 달에 최소 3~4회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그동안 저렴한 운임 때문에 주로 저비용항공사(LCC)를 이용해 왔다. 그러나 제주항공 참사에 이어 에어부산 화재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최근에는 안전을 고려해 대형 항공사로 이용 항공사를 바꿨다.

김씨는 “생업으로 제주도 출장이 잦아 그간 저비용항공사를 많이 탔지만 사고 이후엔 돈을 더 내고서라도 대형 항공사를 타는 게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설 연휴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온 이모씨(30대)는 탑승권을 구매하기 전 비행기 기종을 확인했다. 이씨는 “예전에는 티켓을 살 때 가격이나 시간만 고려했지만 이젠 비행기 기종까지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50대 주부 박모씨는 오는 3월 부모님 생신을 기념해 동남아시아 여행 티켓을 끊었다가 취소했다. 박씨는 “오래 전부터 짠 계획이라 사실 고대하고 있었는데 요즘 비행기 사고가 잦아 찜찜해졌다”면서 “한동안 비행기 타는 여행은 좀 자제할 것 같다”고 했다.

최근 한 달 새 항공기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비행기 공포증, 이른바 ‘비행기 포비아’가 퍼지고 있다.

국내에선 지난해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의 무안공항 추락사고 이후 불과 한 달 만인 지난달 28일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화재 사고가 일어났다.

해외에서도 항공기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근교에서 소형 여객기와 미군 헬기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불과 이틀 후인 31일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번화가에서 소형 항공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LCC 포비아’ 확산…국토부 ‘LCC 안전 대책’ 마련

특히 소형 항공기에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LCC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LCC 포비아’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LCC 기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등 국내 주요 LCC 6개사의 여객 수는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12월 23~29일 135만6520명이었으나, 지난달 초 115만900명으로 감소했다.

이후 1월 13~19일에는 123만3606명으로 소폭 회복됐지만, 참사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9.06% 줄어든 수치다.

특히 제주항공의 경우 같은 기간 여객 수가 34만2575명에서 25만1330명으로 26.64% 급감하며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LCC 업체들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철저한 안전 점검 등 실질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 사고 수습을 넘어 항공 안전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정비 인력을 확충하는 등 근본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LCC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항공 안전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LCC 안전 강화를 위한 대책이 모색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달 23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국내 9개 LCC 최고경영자(CEO)와 ‘LCC 항공 안전 특별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날 항공사들은 항공기 가동률을 낮춰 정비 시간을 추가 확보하고, 정비사와 정비 설비 등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제주항공의 경우 하루 평균 가동 시간을 14시간에서 12.8시간으로 약 9% 줄이고, 정비 인력은 현재 309명에서 올해 내로 350명까지 늘릴 방침이다.

보조배터리 화재 우려…기내 반입 규정 강화된다

한편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보조배터리가 지목되는 가운데,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현재 ‘항공 보안 365’ 포털에서는 보조배터리가 ‘기내 반입 금지 물품 검색’ 1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충전기, 스프레이 등 화재 위험이 있는 물품이 검색 순위권에 올라와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보조배터리 소지 방법에 대해 “기내 반입 시 보관함이 아닌 손이 닿는 곳에 둬야 한다”는 등의 ‘꿀팁’ 게시물도 게재되고 있다.

항공 위험물 운송 기준에 따르면 리튬 함량 2g 이하인 보조배터리는 용량 100Wh 이하의 경우 1인당 5개까지 기내 반입이 가능하다. 노트북, 태블릿 PC, 전자담배 등 전자 기기는 기내로 휴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있는 보조배터리의 기내 반입·관리 규정을 더욱 엄격하게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실제로 항공기 기내 방송에서는 라이터와 보조배터리를 몸에 휴대하라는 안내가 나오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항공기 내 보조배터리 반입 규정을 강화할 전망이다. 보조배터리 반입 개수(용량) 제한과 보관 위치 지정 등의 내용을 담은 혁신 대책은 늦어도 오는 4월 중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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