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반입 겁나네”… 보조배터리 불안감 확산

2025-02-02

여객기 화재 원인으로 지목돼

에어부산 사고 후 직접 소지 당부

강제성 없어 대다수는 선반 보관

“탑승 전 소지 여부 확인 규정 필요”

정부, 반입 개수 등 규정 강화할 듯

“보조배터리는 늘 들고 타라고 해서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고로 기내 반입을 주저하게 됐어요.”

지난해 에어부산을 이용했던 오세현(28)씨는 지난달 28일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 소식을 접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평소 보조배터리를 아무렇지 않게 기내에 반입했는데 대형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근 대만여행을 다녀온 강모(28)씨도 “보조배터리가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직접적인 화재 원인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휴대용 보조배터리가 지목되면서 항공 승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조배터리는 항공 위험물로 분류돼 위탁수하물로는 부칠 수 없고 소량에 한해 기내 반입만 가능하다. 현재 대한항공과 에어부산 등 항공사들은 이륙 전 보조배터리를 승객이 직접 소지하도록 안내방송을 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대부분의 승객이 가방에 넣은 채 기내 선반에 보관하고 있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여객기에서 발생한 보조배터리 화재는 13건이다. 최인찬 신라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보조배터리 반입 자체를 금지하긴 어렵다”면서도 “승객이 직접 소지하도록 하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승객이 배터리를 소지하고 있거나 손에 들고 있다면, 불이 나도 즉시 소화가 가능하다”며 “탑승 전 항공권 확인하듯 보조배터리 소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의 세부 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보조배터리의 여객기 반입 기준 강화에 나섰다.

국토부는 보조배터리 반입 규정을 다각도로 검토해 늦어도 4월 발표할 항공안전 혁신방안에 담을 예정이다. 우선 보조배터리 반입 개수와 용량을 더욱 제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현재 국내 규정상 100∼160Wh 미만의 보조배터리는 2개까지, 100Wh 미만 보조배터리는 5개까지 소지할 수 있다. 또한 보관 위치를 지정하거나 탑승객이 보조배터리를 직접 휴대하도록 하는 등 취급 절차 강화도 논의되고 있다.

한편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3일 오전 김해공항 화재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소방·경찰·국립과학수사연구원·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와 함께 합동감식을 진행한다. 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사전회의를 열고, 조사 진행 방향 등을 논의했다. 화재가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동체 내부의 각종 부품 및 화물칸에 대한 화재 영향 등을 점검한 뒤, 안전하다고 판단해 양 날개에 실려 있는 항공유를 그대로 둔 채 현장 감식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합동감식은 안전회의 직후 곧바로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주말 비 예보로 한차례 연기됐다. 감식은 시료 채취를 비롯한 분석과 분류 작업의 연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천막으로 동체를 덮어 비를 피한 3일부터 본격 감식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예림·백소용 기자, 부산=오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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