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게임 '바카라'에 빠진 청소년들…"일진들이 총판, 불법계좌 말소가 최선" [데일리안이 간다 90]

2024-10-23

도박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14세~19세 청소년, 올해 8월 기준 328명…매년 증가세

유튜브나 SNS 통해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에 무방비로 노출…성인인증 없이 접속 가능

범정부 대응팀 TF 유명무실…전문가 "우리나라에 불법 도박 전문 단속기관 사실상 없어"

"청소년들, 도박에 빠져 사기·편취 범죄 연루…불법 도박 사이트의 불법 계좌 말소가 최선책"

최근 유명 개그맨이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 큰 빚을 진 사실을 공개해 사회적 파장이 이는 가운데, 특히 바카라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다. 소위 일진이라는 불리는 학생들이 총판을 맡아 음성적으로 활성화시키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사실상 우리나라에 불법 도박 전문 단속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도박 사이트의 불법 계좌를 말소시키는 것만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조언했다.

23일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비례대표)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박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청소년 수는 ▲2020년 91명 ▲2021년 63명 ▲2022년 74명 ▲2023년 169명 ▲2024년 8월 328명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집계 8개월 만에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서 전화나 온라인으로 도박 문제 상담을 받은 청소년 수는 2020년 583명에서 2023년 1023명, 오프라인에서 상담을 받은 청소년 수는 2020년 703명에서 올해 7월 말 기준 1839명으로 급증했다.

청소년 도박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나 불법 웹툰·웹소설 공유 사이트 등 온라인을 통해 불법 도박에 접하는 것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튜브에 카지노 게임 중 하나인 '바카라'를 검색하면 수많은 라이브 방송이 나온다. 바카라 라이브 방송에 들어가 보면 댓글 창에는 불법 도박사이트 주소들이 도배 돼 있다. 이들 방송과 도박사이트는 별도의 성인인증 없이 접속할 수 있어 청소년들은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이다.

또 지난해 5월까지 포커 게임의 일종인 '홀덤 게임'을 제공하는 홀덤펍이 음식점 등으로 등록·신고돼 청소년 출입이 허용됐던 점도 청소년의 도박 및 사행심을 조장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11월 '온라인 불법도박 근절과 청소년 보호를 위한 범정부 대응팀 TF(태스크 포스)'를 구성했으나 실질적인 성과는 미비하다. 범정부 대응팀 TF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지난해 말 9곳 정도의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TF를 운영하면서 모인 건 고작 3번 뿐"이라며 "심지어 회의를 진행하면서 그 흔한 회의록조차 작성하지 않았다. 당연히 성과는 없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 조호연 교장은 "집에서 조용히 혼자 도박하는 성인과 달리 청소년들은 주변에 본인이 도박하는 사실을 알리고 친구들끼리 정보를 공유한다"며 "청소년들 대부분 '바카라'를 통해 도박에 빠지는데 악마의 게임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독성이 심하다. 배팅부터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도 짧다 보니 빠른 시간에 많은 돈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조 교장은 "학교에서 소위 '일진'이라고 불리는 애들은 교내에서 총판 역할을 하며 주변 학생들을 모은다. 총판은 주변 학생들이 도박에서 잃은 돈의 40% 정도를 수수료로 갖는다"며 "또 총판은 돈을 잃은 학생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데 대부분 도박으로 다시 돈을 잃는다. 이후 돈을 갚지 못한 학생들이 절도를 저지르는 등 다른 범죄에 연루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불법 도박을 전문적으로 단속하는 기관은 사실상 없다"며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어렵고 시간도 많이 드는 불법 도박 단속은 잘 하려고 하지 않는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을 통해 도박 청소년과 상담하는 것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그는 "청소년들이 이용하고 있는 불법 도박 사이트의 불법 계좌를 말소시키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다. 청소년에 의해 도박 사이트 운영에 핵심인 계좌가 말소됐다는 소문이 돌면 사이트에서 자체적으로 청소년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도박에 빠진 아이들이 주변 사람에게 돈을 빌리고 이를 갚지 못하면서 사기나 편취 관련 범죄에 연루되고 있다. 청소년 시기에 이를 교정하지 않으면 성인이 됐을 때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청소년의 특성에 맞는 도박 예방 및 치유·재활 프로그램 등을 활성화해 수요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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