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세월 몽골 문학에 천착해온 김한창 소설가가 대역작 ‘무지개(도서출판 바밀리온·1만5,000원)’를 합본호로 출간해 눈길을 모은다.
이 소설은 인류미술의 발상지, 몽골에서 전설의 동굴 암각화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장편이다. 13세기 몽골 할하 부족들이 차하르 부족과 300년 전쟁 역사 속에 할하 부족 족장 가문이 대를 이어가며 절벽 동굴에 암각화를 새긴 전설의 현장을 추적하는 이야기로, 몽골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도전 정신과 창작 의욕에서 완성됐다.
그는 지난 201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1차 국제문학 아시아 거점 몽골 문학 레지던스’ 소설작가로 선정된 후, 울란바타르대학 연구교수로 파견되어 재임하는 동안 집필에 전념했다. 첫 장편 ‘솔롱고’ 1편을 출판 발표하고, 이후 2편을 집필해 명제를 한국어 솔롱고와 같은 뜻의 ‘무지개’로 바꿔 상·하권으로 출판한 바 있다. 이번에 단권화해 합본호로 다시 내놓은 것은 독자들의 권유도 있거니와 대표 작품으로 면모를 꾀한 것이다.
그 사이 소설가는 몽골 13세기부터 21세기까지 몽골 문화 역사를 바탕으로 쓴 중단편 소설집 ‘사슴 돌’과 몽골 민족의 애환이 담긴 한국어-몽골 번역판 ‘몽골, 유목민의 딸’ 중단편집으로 징검다리를 놓았다.
그 중에서도 ‘무지개’는 몽골 고대 바위 그림에 관심이 있는 한국 남자가 몽골 울란바타르대학 연구교수로 부임하고, 코디네이터로 할하부족의 후손이자 몽골역사학을 전공한 명석한 엥흐자르갈을 만나면서 꽃피게된 짙은 사랑 이야기다. 몽골 옛 역사와 문화, 종교와 신앙, 몽골 13세기부터 과거와 현재를 망라하며, 많은 몽골의 색상과 리듬을 가지고 함축해 형상화하고 있다.
김 소설가는 “몽골 암각화의 회화적 연구와 거기에 관련된 글을 쓰고자 몽골 대지를 탐사하면서, 그곳 유목민 게르에서 유숙할 때 영하로 계속 내려가는 밤 추위에 여벌로 가져간 옷을 몽땅 껴입고도 추위를 견디지 못했다”며 “집필을 마칠 때까지 신세졌던 오지 초원 유목민들과 힘을 준 몽골 문학 연맹 친구들에게 감사의 글을 띄운다”고 밝혔다.
몽골 작가 강벌드 서닝바야르는 “많은 문인들이 몽골을 찾지만 이처럼 강한 작가정신을 가지고 몽골인의 삶에 대해 깊게 파고들어 글을 쓴 사람은 없다”며 “작가의 지성적인 탐구 길에 문학작품의 말 안장 가방이 언제나 가득 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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