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너마저’ 윤덕원, 첫 책 발간 “열심히 대충해야 오래 일하죠”

2025-09-02

인디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이 에세이 <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을 냈다. 싱어송라이터로는 약 20년의 경력을 지녔지만 책 출판은 처음이다. 그는 2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음악을 들으며 했던 생각과 일상 생활에 대해 써봤다. 쓸 당시엔 몰랐는데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까 나름대로 하나의 결을 가지고 있더라”고 말했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책에는 ‘가사, 노래, 글을 짓는 마음가짐’을 담았다. <씨네21>에 연재한 칼럼 등이 포함됐다. 시기적으로는 코로나19 유행기에 가장 많은 글이 쓰였다. 윤덕원은 “그 당시에 제가 대단히 많은 것을 시도했다. 온라인 공연도 하고, 브이로그 영상도 만들고, 칼럼 연재도 그중 하나였다”며 “신기할 정도로 ‘쓰기의 본질’에 집중한 것들만 그 이후의 시간에도 살아남아 있더라”고 했다.

책 발간 일주일 전인 지난달 25일에는 동명의 곡을 디지털 싱글로 발매했다. 윤덕원은 “음악을 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냈을 때 그것과 결합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책의 OST라는 느낌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가사는 책 11페이지에 실려있다. 출판사인 세미콜론(민음사 계열사) 직원들이 코러스로 참여했다. 윤덕원은 “책 작업을 할 때 출판사 직원들과 대단히 많은 부분에서 협업했다”며 “이 책을 위해서 만들어진 노래인 만큼, 팀 워크를 다질 수 있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윤덕원은 책 제목에 있는 ‘열심히 대충’에 대해 “그런 마음을 유지해야 창작자로서 좀 더 건강하게 오래 일할 수 있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뭔가 ‘남는 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면인 거 같아요. 마무리를 위해서 시간을 상당히 많이 쓰게 되잖아요. 그 꼼꼼함이 (작품의)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기에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쏟다 보면 일과 삶의 균형이 없어지기도 해요. 마지막에 자신을 짜내는 과정은 조금 대충하고, 다른 부분은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는 책에 “‘글 쓰는 나’와 ‘음악하는 나’는 아주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썼다. 이에 대해 묻자 그는 “글과 음악은 너무나 다른 장르처럼 느껴졌다”며 “기본적으로 텍스트의 양 차이가 컸다”고 답했다. 가사가 안 떠오를 땐 그냥 묵혀두고 조금씩 다듬기도 하는데, 줄글은 그게 아니어서 더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책을 쓸 때 가장 큰 도움이 된 건 마감이다. ‘언제까진 써야 돼’ 하고 스스로를 몰아붙였다”며 웃었다.

그는 “가사는 멜로디에 기대는 부분도 있고 반복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구절을 뽑고 뽑아서 아쉬움 없이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글을 쓰면서는 부끄러움이 컸다고 한다. “줄글을 쓰면서는 저의 문체나 말투가 많이 작용을 하고, 호흡이나 리듬감도 글 자체에서 만들어야 해요. (글을 쓸 때는) 준비를 못하고 노래를 몇 시간 동안 불러야 될 때의 느낌처럼 부담이 컸어요.”

브로콜리너마저는 ‘앵콜요청금지’,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유자차’, ‘졸업’ 등으로 사랑받았다. 이 곡들은 윤덕원의 손에서 탄생했다. 숱한 명곡을 작사·작곡하고, 이제 작가로도 나서는 그에게 창작이란 뭘까. “창작물은 나의 자녀 같아요. 내가 그를 마음대로 할 수는 없지만, 그를 더 좋게 갈 수 있도록 해줄 순 있죠. 어느 순간은 친구 같고, 어느 순간엔 내가 그에게 기대게 되겠죠. 제가 일일이 돌봐야 될 대상도 아니에요. 언젠가는 그가 저를 돌봐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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