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캐피탈사의 ‘통신판매업’ 허용과 체크카드 ‘발급 연령 제한’ 완화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실적 부진과 건전성 압박이라는 ‘이중고’에 빠진 여신업계(카드ㆍ캐피탈사 등)에 사업 다각화의 출구를 열어줬다.
20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5개 신용카드사ㆍ캐피탈사ㆍ신기술사업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 위원장은 미성년자 체크카드 발급 연령 확대와 함께, 캐피탈사의 통신판매업 허용과 렌털 취급 한도 완화 등의 규제 개선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캐피탈사들이 가장 주목하는 건 통신판매업 허용 가능성이다. 부수 업무 확대는 업계의 숙원이었다. 캐피탈사의 전통적 먹거리였던 자동차 할부 금융 시장에 카드사가 잇따라 진입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캐피탈사는 점포가 아닌 인터넷 등 비대면 채널에서 상품ㆍ서비스를 판매(통신판매업)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같은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적용받는 카드사는 이미 통신판매업이 허용돼 있어 ‘차별 규제’라는 불만이 높았다.
캐피탈 업계는 통신판매업이 허용되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자동차 거래 과정에서 ‘원스톱 서비스’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익명을 요구한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 채널이 생기면 (자동차 구매 단계부터) 차량 용품 판매를 시작으로 차량 정비와 세차, 주차 같은 차량 관리 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다”며 “한마디로 고객과의 접점이 커진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캐피탈사들은 렌털 취급 한도 완화 방안에도 관심이 높다. 요즘엔 제품을 ‘소유’하기보다 ‘구독’ 형태로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렌털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캐피탈사가 현행 여전법상 보유한 ‘리스 자산’ 만큼만 렌털을 취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리스는 캐피탈사의 본업으로 자동차 등을 먼저 사서 고객에게 빌려주고 매달 사용료를 받는 것이다. 리스 규모가 작으면 렌털(부수 업무) 규모를 키우기 어렵다는 얘기다.
신용카드 업계의 변화는 미성년자의 결제 편의성이 개선된다는 점이다. 우선 체크카드 발급 연령 제한을 없애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 만 12세 이상만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 결제가 일상화되면서 더 어린 미성년자가 이른바 ‘엄카(엄마 카드)’ 같은 부모 명의 카드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 꾸준하게 개선 요구가 있었다.
미성년자 후불교통카드 한도도 현행 월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늘리는 방안이 검토된다. 이와 더불어 미성년자 가족카드 제도가 도입된다. 가족카드는 12세 이상 미성년 자녀에게 부모가 이용 업종과 한도를 설정하는 신용카드다. 금융위는 내년 1분기까지 시행령을 개정해 미성년자 가족카드 발급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체크카드는 은행 계좌 한도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연령 제한을 없애도 된다는 업계의 건의가 반영됐다”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당장 수익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캐피탈ㆍ카드사가 당국의 규제 완화를 계기로 새 먹거리를 확보해 순이익이 개선되면, 할부 기간이나 카드 혜택도 다시 늘릴 여력이 생긴다”며 “결국 소비자 편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신업계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삼성ㆍ신한카드 등)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6893억원으로 1년 전(2조2240억원)보다 24% 감소했다.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 감소와 대출 규제로 카드론 수익이 쪼그라들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