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 가을밤 밝은 달에

2024-10-23

가을밤 밝은 달에

이세보(1832∼1895)

가을밤 밝은 달에 반만 핀 연꽃인 듯

동풍(東風) 세풍(細風)에 조으는 해당화인 듯

아마도 절대(絶代) 화용(花容)은 너뿐인가 하노라

-해동가요 주씨(周氏)본

한국은 시의 나라

얼마나 님의 얼굴이 아름다우면 가을밤 밝은 달에 반만 핀 연꽃에 비유했을까? 또는 잔잔한 동풍에 조는듯한 해당화에 비유했을까? 나의 님은 다른 이에 비길 수 없는 절대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진정한 사랑은 이런 모습이 아닐 것인가?

이 시조는 현대적 감각으로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고시조를 창작한 조선 후기의 마지막 대가 중 한 사람인 이세보의 작품 수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의 문집 풍아(風雅)에는 시조 437수가 실려 있으니 작품 수로 보아도 현대시조 시인들에 비겨 뒤지지 않는다. 그에 이르러 노래로서의 고시조는 완성되고, 문학으로서의 현대시조로 넘어가는 징검다리가 되었다고 하겠다.

풍요한 시의 보고(寶庫)를 지니고 있는 한국은 시의 나라다. 한국 문학의 가치를 노벨 재단이 인정했다는 사실이 반갑고 자랑스럽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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