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케이솔루션 공모주 배정 물량 변경 사고 발생
증권가, 이례적 사안 평가…신뢰도 치명타
지난해 IPO 주관 경쟁…'빅3' 진입도 실패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기업공개(IPO) 명가'로 불리던 NH투자증권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IPO 주관 시장 경쟁에서 KB증권이 주요 딜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면서 NH투자증권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드는 가운데, 최근 단독 주관한 씨케이솔루션 공모 청약 과정에서 마감 직전 배정 물량이 변동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고객 신뢰도가 중요한 금융사 입장에선 위기 감지 신호로 읽힌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씨케이솔루션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배정 물량 변경 사고는 NH투자증권의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NH투자증권이 단독 주관한 씨케이솔루션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마감을 불과 1분여 남겨두고 배정 주식 수가 45만주에서 37만5000주로 변경됐다. 경쟁률이 기존 2201대 1에서 갑자기 2641대 1로 급등했다.
청약자들은 경쟁률을 고려해 청약 규모를 결정하는데, 마감 직전 경쟁률이 400대 1 이상 오르면서 예상 배정 주식 수가 급변해 큰 혼란을 겪었다.
이에 NH투자증권은 사건 이후 다음날인 6일 사과문을 통해 "일반청약자 청약수량으로 37만5000주가 배정되었으나, 청약 2일차 종료 무렵에서야 45만주를 기준으로 경쟁률이 산정된 것을 발견해 이를 정정함에 따라 최종 경쟁률이 변경됐다"며 "지연 정정하여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사실상 NH투자증권은 단순 기재 실수로 인한 해프닝이란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한 청약자는 "IPO 공모 청약에서 경쟁률은 투자 판단의 핵심 요소"라며 "마감 직전에 배당 물량이 줄어드는 바람에 전략을 수정할 시간이 없었던 경우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배정 물량의 변경으로 최종 경쟁률이 변경되는 경우는 본적이 없다"면서 "석연치 않은 증권사의 해명과 더불어 마감 직전 경쟁률을 수정한 부분이 일부 물량을 특정 누군가에 몰아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저지른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일부 청약자들은 NH투자증권을 대상으로 금융당국에 민원을 접수하고 사안에 대한 명명백백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이 같은 사례는 전례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청약 과정에서 마감 직전 수치가 변동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통상 청약 마감 전에는 배정 주식 수가 고정되며, 변동이 있더라도 사전 공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운용사 대표는 "NH 단독 주관이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NH에서 제공하는 경쟁률을 기준으로 청약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며 "만약 공동 주관이었는데 NH투자증권에서만 경쟁률이 낮게 보였다가 급변했다면 이는 투자자 기망 논란으로 번질 여지가 충분하다"고 전했다.
한편 NH투자증권의 IPO 명가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총 4820억원의 IPO 대표주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투자증권(6268억원), 미래에셋증권(5892억원)에 이어 후발주자로 뛰어든 KB증권(6215억원)보다 낮은 수치다.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으로 이뤄진 기존 ‘빅3’ 구도가 KB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으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NH투자증권은 민간 세무플랫폼 운영사인 자비스앤빌런즈의 상장을 추진했으나 최종 미승인 판정을 받으면서 지난해 20개 기업 중 11곳이 상장에 실패했다.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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