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이 국내 최초로 발행한 지속가능연계채권(SLB)가 투자자에게 처음으로 녹색 프리미엄을 지급했다. 친환경차 할부금융 비중을 1% 이상 높이겠다는 당초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전기차 시장의 '캐즘' 속에서도 적극적인 ESG활동에 나섰다는 평가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다음달 11일과 오는 7월 11일 만기가 도래하는 각 700억원 규모 SLB에 각각 2228만원, 2803만원의 프리미엄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SLB 발행 과정에서 세운 지속가능성과목표(SPT)를 달성하지 못한데 따른 조치다.
SLB는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이 어떤 ESG 활동을 얼마나 달성할지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성과에 따른 추가 보상을 지급하는 식이다. 현대캐피탈은 ESG 전략 추진의 일환으로 친환경차 할부 비중 확대를 목표로 2023년 7월 5회차에 걸쳐 총 2200억원 규모 SLB를 발행했다.
현대캐피탈의 목표는 전체 할부·론 취급 대비 친환경차 할부·론 비중 14% 달성이었지만, 지난해 기준 최종 집계 결과는 11.5%를 기록하면서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의 SPT를 측정한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차 및 기아의 국내 친환경 차량 판매 비중이 과거 2년 동안 약 3%포인트 하락한 것과 비교할 때 회사의 친환경차량 금융서비스 확대를 위한 자체적인 프로모션 등 자구 노력의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내년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나머지 SLB차수 역시 친환경차 할부 비중 확대 여부에 따라 프리미엄이 주어진다. 1986-4호는 올해 말 15%, 1986-5호는 내년 말까지 16%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캐피탈이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적극적으로 SLB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의 영향으로 친환경 차량의 판매가 다소 부진했던 것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로 여기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현대자동차 그룹과 적극적 협력, 친환경차 할부 상품 판매 확대, 전기차 조직 신설, 배터리 리스 상품 개발, 배터리 제조업체 및 전기차 충전소 관련 금융상품 개발 등 협력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