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생태계 위기, 기업과 정부 같이 살려야

2025-01-30

올해에도 미·중 갈등 와중에 글로벌 공급망 확보가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트럼프 2기 출범으로 탈(脫) 중국 흐름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전기차 관련 보조금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 수요 정체와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국·유럽은 주춤하고, 중국에서만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 주력 시장에서 입지가 축소된 K배터리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에 점유율을 뺏기는 처지다.

트럼프 2기 미·중 경쟁 격화 전망

중국, 한국 3대 기업 점유율 잠식

공급망 안정 대책 착실히 추진을

SNE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LG엔솔·삼성SDI·SK온 등 K배터리 3사의 시장 점유율이 20.1%로, 최고치였던 2020년(34.7%)보다 14.6%포인트나 감소했다.

2020~2022년 무렵만 해도 K배터리는 신종 전기차 10대 중 3~4대에 탑재되며 한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혔다. 그런데 4년 만에 10대 중 2대 수준으로 점유율이 하락했다. 이런 부진은 이미 배터리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에 반영되고 있다. 2022년에만 해도 70~80%였던 가동률이 지난해 3분기에 LG엔솔 60%, 삼성SDI 68%, SK온 46% 안팎에 그쳤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미·중 경쟁이 더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율 관세 등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더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에 재집권하면 철강·알루미늄·구리·희토류 등 방위산업에 필요한 주요 광물 공급망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경제산업성이 구리와 희소금속의 신규 공급망 확보를 위해 지난해 추경 예산에 향후 3년간 1597억 엔(약 1조4900억원)을 편성했다. 구리를 정부 추경에 포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탈탄소화와 디지털 전환에 따른 구리의 안정적 수급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지난달 제1차 공급망 안정화 3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정부는 앞으로 3년간 주요 경제안보 품목을 확보하기 위해 55조원 이상 규모의 정책·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이를 통해 2023년 기준으로 70% 수준인 핵심광물의 특정국 수입 의존도를 2030년에는 50% 이하로 낮추는 공급망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소재·부품·장비 및 전략기술, 주요 경제안보 품목과 관련한 외국 법인의 지분을 취득한 기업에 취득액의 5~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기로 했다. 아울러 해외에서 핵심광물 개발에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경제안보 관련 핵심기술에 대해서는 연구·개발(R&D) 지원에 3년간 25조 원 이상 투입하기로 했다. 우선 2000억원 규모의 공급망 우대 보증 프로그램을 신설해 공급망 안정화 관련 기업에 별도 우대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한국은 핵심광물을 포함해 경제안보 품목의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아 문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철광 99.4%, 니켈·리튬 등 비철금속 99.3%, 희토류·바나듐 등 희소금속 99.7%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반도체에 사용되는 무수불산의 96.6%, 배터리 천연흑연의 97.9%, 전기차 희토 영구자석의 84.7%를 특정국에 의존한다.

일본 산업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에 전 세계 리튬 배터리 부품의 80% 이상을 생산했다. 특히 이차전지 음극재 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은 약 93%로 압도적이다. BTR·신신(欣欣)·쯔천(紫宸) 등 출하량 기준 빅3를 포함해 세계 1~9위를 중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리튬·니켈과 양극재·분리막 등 어떤 배터리 원료와 소재를 봐도 이처럼 중국이 압도적으로 공급망을 장악한 영역은 없다.

한국 정부는 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에 뒤지지 않을 각종 지원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각자 뛰면 힘들게 일군 K배터리 등 첨단산업 생태계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뛰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이 줄어들 수 있도록 국내 정치 혼란이 조속히 극복되길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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