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관세 폭탄’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에 중국이 동원할 방어책에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영미권 언론 일각에서는 중국이 내세울 대응 카드가 많지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중국은 보복관세를 통해 미국의 관세 공세에 대응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지며 경제 체력이 크게 떨어진 데다 중국이 공격적으로 반격에 나설 경우 주요국들 사이에서 ‘탈중국’ 현상을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우리는 중국이 펜타닐을 멕시코와 캐나다에 보낸다는 사실에 근거해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다음달 1일부터 중국산 모든 제품에 대해 10% 관세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미국이 중국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지만 중국의 맞대응 조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미국 관세에 대응할 화력이 제한적이다’는 기사를 통해 중국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최근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를 진행하고, 갈륨, 게르마늄 등 희귀금속의 미국 수출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통제에 나서면서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광물 공급망의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지만 유일한 공급국가는 아니다. 특히 중국이 수출을 제한한 갈륨의 경우 미국은 중국보다 캐나다에서 더 많은 물량을 수입하고 있다. 게르마늄 역시 미국의 최대 공급국은 독일로 집계된다. 특히 중국이 수출 통제에 나설 경우 세계 시장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즉 공급망을 지배하는 중국의 수출 통제로 광물 가격이 상승할 경우 그 동안 수익성을 이유로 채굴에 나서지 않았던 기업들이 광산 투자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아울러 제3국을 통한 우회경로가 만들어지며 중국 정부 조치를 무력화할 가능성도 크다는 예상이 있다.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큰 위협이 되지 못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소비 시장으로 떠오르던 중국은 한때 글로벌 기업들에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부동산 시장 붕괴로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져있다.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중국 매력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가 우세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 기업에 압박을 강화한다면 대중국 투자는 급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안화 평가 절하 또한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시나리오 중 하나다. 중국이 자국의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미국의 관세 인상 효과를 상쇄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 경우 환차손을 우려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본 유출을 이끌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강한 위안화’를 꿈꾸는 시진핑 주석의 생각과도 배치된다는 진단이 많다.
미 국채를 대규모 매각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지난해 10월 기준 중국은 7600억 달러(약 1100조 1000억 원) 규모의 미 국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인 일본에 이은 2위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실제 보유량은 더 많다는 추정도 내놓는다. 이에 중국이 미 국채를 대량으로 팔아버릴 경우 금융시장 혼란을 일으켜 미국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을 것이라는 전략이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국채 매입에 나선다면 중국 측이 생각한 만큼 파장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각이 있다. 실제 미 연준은 코로나19 등과 같은 국가 비상 상황에서 대규모로 채권을 매입했다. 아울러 중국이 실제 미 국채를 매도할 경우 상당한 달러 자산을 확보하게 되는데 이를 위안화로 맞바꿀 경우 위안화 절상 압력이 생기게 된다는 점 또한 중국 입장에서는 고심하는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WSJ은 “중국에 가장 큰 위험은 서방 기업을 압박하고 수출을 제한할 경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중국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늘리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