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타인 이해하는 사람 되길” 스톡홀름 다문화지구 찾은 한강

2024-12-11

소말리아에서의 삶은 어땠을까? 나는 학교에 다니고 교육을 받을 수 있었을까? 나는 살아있었을까? 엄마는 소말리아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었을까?

스톡홀름 엔박스학교 9학년 이스타브락이 한강의 『흰』을 읽고 떠올린 생각이다. 소말리아 출신으로 스웨덴에 이민온 부모님을 둔 그는 11일(현지시간) 오전 한강을 만나 이런 생각을 전했다. 스톡홀름에서 북서쪽으로 약 14㎞ 떨어진 링케비 지구의 링케비 도서관에서다.

이스타브락은 "한강의 『흰』에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은 언니를 애도하는 화자의 마음을 읽으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만약 언니가 살아있었더라면'이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흰』을 읽고 영감을 받아 쓰게 된 짧은 시"라고 자신의 글을 소개했다.

이날 한강은 100여 명의 다문화 학생들을 만났다. 링케비는 1970년대 중동과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대규모 정착으로 이민자 가정 비율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이곳 지역 도서관은 매년 12월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초청해 다문화 학생들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학생들은 한강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시와 그림을 소개했다. 아스케뷔학교 4학년 사피나는 “한강의 책을 읽고 서울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졌다”며 “구글로 ‘서울’을 검색해 여러 이미지를 찾았고 그중에서 한강의 작품과 가장 비슷한 느낌을 주는 곳을 찾아 그림으로 그렸다”고 했다. 그가 택한 이미지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아파트 단지. 학생들은 시와 그림이 담긴 작품집을 한강에게 선물했다.

한강은 도서관의 8인용 테이블에서 학생들과 영어로 1시간 가량 환담했다. 한 팀에 5~10분 간격으로 이어진 만남이지만 한강은 지친 기색 없이 웃는 얼굴로 학생들과 대화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자 고개를 기울여 경청했고, 도서관 앞에 마중 나온 학생들에게 다가가 포옹하기도 했다.

3학년 카디자는 “‘장편 소설 한 편 쓰는데 7년이 걸리기도 했다’는 작가의 말을 듣고 놀랐다. ‘문학을 통해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도서관의 안나스코그 사서는 "링케비는 10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는 스웨덴의 대표적 다문화 지역"이라며 "많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이 다중언어 사용자이며, 망명 중에 대표작을 집필하기도 했다는 점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요한 페르손 스웨덴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스웨덴 한림원 관계자, 사서, 지역 교사, 출판계 인사들과 인근 아스케뷔·엔박스 학교의 학생 등 총 150여 명이 참석했다.

한강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문학 교육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문학 작품을 읽는 근육을 길러 다른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 보고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보는 경험을 반복한다면 책 읽는 독법도 풍요로워질 것”이라며 “깊게 읽고, 흥미롭게 읽고, 읽기를 재미있어 하는 독자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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