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당신이 이 자리의 주인공입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세종로 지하보도를 잇는 출입구 통로에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곳엔 카뮈, 아인슈타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등 노벨문학상·물리학상·평화상을 수상한 이들의 초상화가 걸려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를 위한 초상화 공간을 함께 전시하며 지나는 모든 당신에게 바로 이 공간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따스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1992년 처음 마련된 이 공간이 32년의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채워졌습니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초상화가 내걸린 것입니다.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는 11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있는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 전시공간'을 재단장하면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초상화를 전시했습니다.
대산문화재단은 고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2003년 별세)의 호 '대산'을 따 1992년 12월 설립된 민간 유일의 문학지원재단입니다.
신용호 창립자는 앞서 1980년 교보문고를 설립하면서 교보문고를 찾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를 보며 세계적인 석학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이 전시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대산문화재단을 30년째 이끌고 있는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과 대산문화재단은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함께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인연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산문화재단이 2014년 데버라 스미스가 번역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영국 현지에 소개할 수 있도록 출판 지원한 것입니다.
이후 채식주의자는 2016년 영국 맨부커상 국제부문(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으며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40여년 전 한 기업가의 문화창달 의지와 문화예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한국 여성작가의 노벨상 수상과 맞물려 보배로운 빛을 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시공간 새단장과 함께 한강 작가의 초상화도 최초로 공개됐습니다. 초상화는 전통 회화에 다양한 기법으로 액션을 담아내는 박영근 화가(성신여대 서양화과 교수)가 그려냈습니다. 기존에 전시된 헤밍웨이, 아인슈타인 초상화 역시 그의 손을 거쳤습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며 "전시공간에 담긴 신용호 창립자의 뜻처럼 이 공간을 오가는 많은 이들이 독서로 나만의 역량을 키워 훌륭한 미래 인재로서 다음 초상화 주인공으로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