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도로공사 등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편의점, 백화점, 대기업 계열 전기차 충전업체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선불충전 서비스 도입에 나서고 있다. 자체 '페이'를 도입하는 곳이 늘면서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체 수도 처음으로 100개사를 넘어섰다. 금융감독 당국 차원의 전자금융업 감독 강화 방침이 구체화되면서 업권 라이센스 등록이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을 위해 전자금융업으로 등록한 기업 수는 총 104개다. 지난 14일 티사이언티픽, 스토브페이, KT알파, GS넷비전, BGF네트웍스, 현대이지웰, 한국도로공사, SK일렉링크, GS엠비즈, 원큐브마케팅 등 10개 회사가 금감원으로부터 새롭게 전금업 등록 승인을 받았다.
전금업 등록은 최근 들어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간편결제 확산에 힘입어 앞서 네이버와 카카오를 필두로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이 급증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선불충전금을 위한 라이센스 등록이 줄잇는다. 이번 등록으로 금감원에 등록된 218개 전금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선불전자지급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에 전금업자로 신규 등록한 기업 대부분은 이미 게임, 편의점, 백화점 등 플랫폼에서 자체 지급수단(페이)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이다. 스토브페이의 경우 모회사인 스마일게이트 게임 플랫폼에서, GS넷비전과 BGF네트웍스는 모회사인 GS25, CU에서 현대이지웰은 현대백화점에서 이미 자체 선불충전금을 제공하고 있다.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을 영위하기 위해 전금업을 등록한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금감원이 전금업 관련 감독 기준을 강화하면서 기존에 서비스하고 있던 충전형 기프트카드 등을 위해서는 전금업자로 등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면서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 기준에 맞추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 안팎에서는 이미 선불지급수단을 통한 결제가 보편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하루 평균 선불전자지급서비스 이용금액은 1조1519억원에 이른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등 대표 간편결제 플랫폼 외에도 각 플랫폼 단위에서 선불충전금 및 자체 카드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금감원 역시 전금업자를 대상으로 한 검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나 카카오페이 등 거래규모가 큰 전금업자를 대상으로 정기검사를 우선 실시하는 것은 물론 그간 불명확했던 규제 체계에 대해서도 법률과 가이드라인에 따른 검사를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PG업계에서는 현행 전금업법 규율 체계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특히 PG업계의 경우 광범위한 간편결제망을 바탕으로 선불카드 및 충전금 발급을 확대하고 있다. 금감원의 선불지급업 등록 요구에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PG업계 관계자는 “전자지급 결제 시장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대표 가맹점'으로만 국한된 PG업에 대한 재정의가 시급하다”면서 선불지급수단 발행 등 등록 절차 간소화를 요구하고 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