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2일 만에 시신으로 돌아온 인질 4명···비통에 잠긴 이스라엘

2025-02-20

하마스, 휴전 후 사망자 시신 4구 첫 인도

“이스라엘 미사일 공습으로 사망” 주장

생후 9개월 최연소 인질 등 일가족 3명

‘이·팔 공존’ 위해 헌신해온 평화운동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이 성사된 후 처음으로 이스라엘 인질 4명의 시신이 20일(현지시간) 본국으로 돌아왔다. 전쟁 발발 502일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희생자 중에는 생후 9개월, 4세 아이 등 일가족과 평생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헌신해온 고령의 평화운동가가 포함돼 있어 이스라엘은 슬픔과 충격에 휩싸였다.

하마스는 이날 오전 남부 칸유니스에서 사망한 인질 4명의 시신이 담긴 관을 국제적십자사에 인계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벌이던 중 사망한 인질의 유해를 찾아 본국에 송환한 적은 있으나, 휴전 중 하마스가 사망자 시신을 돌려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사망자 시신은 생존자 전원 석방 후 휴전 마지막 단계에 인도될 예정이었으나, 이집트가 중재한 협상에 따라 사망한 인질 가운데 4명 시신이 먼저 인계됐다.

인계된 사망자 중에는 이스라엘 남부 니르오즈 키부츠(집단농장)에서 납치됐던 비바스 가족이 포함됐다. 납치 당시 32세였던 엄마 쉬리 비바스와 그 두 아들 4세 아리엘, 생후 10개월 크피르다. 크피르는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당시 납치된 251명 가운데 최연소 인질이었다.

쉬리의 부모는 공격 당시 살해됐고, 아이들의 아버지인 야르덴 비바스는 가자지구로 끌려갔다가 지난 1일 석방됐다. 하마스는 “이들은 시온주의자 점령군(이스라엘군)의 공습 전에는 모두 살아있었다”며 사망 책임을 이스라엘에 돌렸다.

납치 당시 겁에 질린 채 아기들을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돼, 비바스 가족은 하마스의 잔혹성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의 안보 실패를 상징하는 존재였다고 이스라엘 언론들은 전했다.

나머지 한 명은 니르오즈 키부츠에서 끌려간 평화운동가 오데드 리프시츠(납치 당시 83세)다. 그는 팔레스타인 환자들을 치료 받게 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이송하는 일을 해온 평화운동가로, 평생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인 공존을 위해 헌신해와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리프시츠가 팔레스타인 난민촌 역사 중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알려진 1982년 레바논 사브라·샤틸라 난민촌 학살을 취재해 세상에 처음 알렸던 언론인 중 한 명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한 1982년 9월 레바논 베이루트 인근의 사브라, 샤틸라 난민촌에서 팔레스타인인 수천명이 친이스라엘 기독교 민병대에 잔혹하게 학살당한 사건이다. 아리엘 샤론 당시 이스라엘 총리가 학살을 방조했다는 의혹도 일었다.

리프시츠는 아내인 요체베드 리프시츠와 함께 납치됐으나 하마스는 아내가 고령이라는 이유로 납치 17일 만에 석방했다. 남편과 함께 평화운동을 해온 요체베드는 땅굴에서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였던 야히야 신와르를 만나 “부끄러운 줄 알라”고 꾸짖었다는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리프시츠는 가자지구로 끌려간 이후에도 한동안 살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유해로 돌아오게 됐다. 2023년 11월 일주일간의 첫 휴전 당시 석방된 인질 아다 사기는 가자지구의 한 채소 창고에서 피에 젖은 채 누워 있는 그를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리프시츠의 딸 샤론은 하레츠에 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마스는 시신 인계 장소에 무대를 설치하고 “전범 네타냐후와 그의 군대가 미사일로 그들을 죽였다”고 쓴 현수막을 내걸었다. 앞서 인질 인계를 담당해온 국제적십자사는 하마스에 비공개로 예를 갖춰 시신을 인도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인도식은 비공개로 진행되지 않았고 대규모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스라엘은 적십자사로부터 희생자 유해를 인도받으면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 군기지에서 랍비가 주관하는 유대교 의식을 치른 후 법의학연구소로 이송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추후 사망 원인 역시 조사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시신 인도를 하루 앞두고 “내일은 이스라엘에 매우 힘들고 충격적인 슬픔의 날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가 상대하는 괴물의 실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하레츠는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모든 이스라엘인이 비바스 가족 등 인질들에게 일어난 비극에 엄청난 고통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그간 인질 석방 협상을 방해하고 안보 실패에 대한 책임을 거부해온 네타냐후 총리가 ‘단 한 명의 예외’라고 꼬집었다.

하레츠는 돌아온 사망자 4명이 납치됐던 니르오즈 키부츠는 주민의 4분의 1이 살해되거나 인질로 끌려가는 등 최악의 피해를 입은 지역이지만, 500일이 지난 지금까지 네타냐후 총리가 이곳을 방문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희생자 시신 인도 후 치러지는 유대교 의식에 참여할 것을 검토했으나 결국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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