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색 빌딩으로 둘러싸인 삭막한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서울 종로구 백사실계곡. 지난겨울 눈이 많이 내렸던 날 찾은 이후 몇달 만에 다시 찾았다.
그사이 계절이 변했다. 지천으로 피웠던 꽃이 떨어져 오솔길에 융단처럼 깔렸다. 꽃이 지니 나무마다 새잎이 돋아나 신록이 싱그럽다. 연두색을 벗어나지 못한 어린잎이 산들바람에 날려 춤을 춘다.
맑은 공기와 코끝에 스치는 향기로운 봄 냄새. 숲길을 걷는 사람들 표정이 모두 밝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높게 자란 나무들이 녹색 지붕을 만들어놓았다. 바야흐로 계절의 여왕 5월. 녹색 지붕 아래 경이로운 풍경이 어린애 웃음처럼 펼쳐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