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섭 편집위원

‘나는 가상 세계의 여행자/ 온종일 핸드폰 속에서 산다/…실재하는 세계를 유기당한 채/ 뇌 속에 저장되던 기억을/ 유심칩에 맡겨두는 블랙홀에 빠지고/ …장마가 시작된 지구 밖의 염문과 녹고 있는 빙하를 보여주고 있다/ 만일 노아의 방주가 있었다면/ 너부터 구원했을까/ 핸드폰과 나/ 분리불안을 앓는 아이/ 너는 나를 분석 중이다/ 핸드폰 해체하면 나를 찾을 수 있을까’
김영미 시인의 ‘핸드폰 해체하면 나를 찾을 수 있을까’다.
노아가 대홍수 때 방주에 실은 것은 모두 생명체다. 노아의 가족과 다양한 짐승들.
세월이 많이 흐른 탓일까.
시인은 앞으로 대홍수가 발생하면 노아는 핸드폰부터 구원하지 않을까를 걱정한다.
그만큼 스마트폰이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때문에 자아를 잃어가고 있는 현대인의 슬픔을 읽을 수 있다.
▲‘바보상자’라는 말이 있다. 사전에 나오는 말이다.
‘텔레비전을 다르게 이르는 말’이다.
TV가 나오자마자 학생들이나 어른들 모두 TV에만 몰두해 TV 때문에 사람들이 바보가 되지 않을까 해서 그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과거의 TV가 지금의 스마트폰인 셈이다.
그래서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내년 3월부터 초중고 학생들은 학교 수업 중에 스마트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국회는 지난달 27일 스마트기기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재석 의원 163명 가운데 찬성 115명, 반대 31명, 기권 17명으로 통과시킨 것.
이 법안은 교육적 목적, 긴급한 상황 등 학교장과 교원이 허용하는 경우에만 사용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을 발의한 조정훈 국회의원은 “이 법은 교실에서 친구들과의 대화, 작은 농담과 웃음, 아이들의 집중과 휴식 같은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자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도 스마트폰 사용을 억제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미성년자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하루 2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조례안이 최근 일본 아이치현 도요아케시의회에 제출됐다.
조례안에 따르면 초등생의 스마트폰 사용은 오후 9시까지, 중학생 이상 18세 미만은 오후 10시까지로 정하고 있다. 또 모든 시민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하루 2시간 이내로 정했다.
물론, 위반에 따른 벌칙은 없지만 시민들 사이에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호주에서도 12월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나 유튜브 등의 이용을 제한하는 법률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지혜로운 솔로몬 왕은 어떠한 판결을 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