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CEO 관전평-NH]'신뢰금융' 이찬우 회장, 실적개선 숙제

2025-09-11

이재명 정부가 초대 금융당국 투톱을 속속 임명한 가운데 금융위원회의 해체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신설안을 포함한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을 최종 조율했다. 새 정부의 금융팀 진용이 갖춰지고 조직개편 장기화에 따른 수장 공백 우려가 불식되면서 하반기 금융 공공기관의 인사 태풍이 예고된다.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선 올해 신한과 우리금융이, 내년엔 KB금융 수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사 CEO 선임은 이사회 권한이지만, 정권 교체마다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만큼, 금융권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본지는 총 8회에 걸쳐 CEO의 임기중 성과와 연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올해 2월 NH농협금융지주의 사령탑에 오른 이찬우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줄곧 '신뢰 회복'을 강조하며, 윤리와 내부통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지주와 핵심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이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 정기검사에서 횡령·부당대출 등의 금융사고로 홍역을 앓은 까닭이다.

금감원은 정기검사를 통해 한 은행 지점 직원의 금품 수수, 사문서 위조·행사 및 거액 부당대출 취급을 적발했다. 아울러 고객 동의 없이 펀드를 무단 해지해 횡령사고를 일으킨 지점 직원을 적발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를 농협은행 경영 전반 및 대주주(농협중앙회)와의 지배구조 문제 등 내부통제 체계의 취약성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이 회장은 취임 직후 줄곧 내부통제 강화를 내걸어 전면적인 그룹 쇄신에 나서고 있다. 취임사에서도 내부통제 강화 기조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 회장은 "고객의 신뢰를 제일 앞에 두고, 일하는 모든 관점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며 "고객에게 신뢰받는 농협금융이 되기 위한 '금융사고 제로(zero)화'의 초석을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에도 임직원에게 보내는 CEO 메세지를 통해 △윤리준법 경영과 내부통제의 중요성 △금융소비자보호 및 금융사고 예방 △건전한 금융질서 확립과 고객권익보호 등을 당부했다. 특히 이 회장은 "고객의 신뢰 없이 금융회사의 미래는 없다"며 "우리 모두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금융사고 예방을 최우선으로 실천한다면 농협금융은 더욱 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농협금융은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체계를 시스템에 의해 관리될 수 있도록 재정비하는 동시에, 금융사고에 엄중히 책임을 묻는 조직문화를 갖추는데 집중하고 있다. 내부통제위원회, 책무구조도, 책무종합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매주 1회 교육시스템을 통해 금융사고 유형별 사례, 책무구조도, 농협금융 임직원 행동강령 등을 교육하는 한편, 임직원 대상 'NH윤리경영 자가진단' 등으로 기업문화 변화도 유도하고 있다.

내부통제 강화 노력과 별개로 올해 상반기 영업실적은 고꾸라졌다. 농협금융은 상반기 1조 6287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1조 7436억원 대비 약 6.6% 줄었다. 비이자이익이 약 18.6% 급증한 1조 3296억원을 거뒀지만 시장금리 하락 여파로 이자이익이 약 5.3% 감소한 4조 977억원에 그친 까닭이다. 올해 1분기 영업실적이 약 10.7% 성장한 7140억원을 거둔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1분기에도 이자이익은 약 6.0% 감소한 반면, 비이자이익은 약 18.3% 성장했다.

이에 이 회장은 정체하는 농협금융의 실적을 반등시키기 위해 하반기 경영키워드로 '혁신'과 '성장'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이러한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농협금융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본업 경쟁력 강화 △미래 성장동력 확보 △신뢰기반과 지속가능 경영 등을 중점 추진과제로 강조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의 일환으로 신사업도 추진 중인데, 2030 고객을 타깃해 디지털자산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농협금융은 △임베디드금융 등 외부 협업 강화 △디지털자산 시장 등 정책 환경 변화에도 적극 대응키로 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새로이 고민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오는 3분기까지 외부 컨설팅사의 컨설팅을 받고 있는데, △핵심 금융사업 경쟁력 강화 △비은행 부문 수익성 제고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의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재편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농협 내 다양한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시너지 전략과 손익 성장 및 중장기 자본관리 계획도 검토할 예정이다. 또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 자회사의 핵심 경쟁력을 점검해 회사별 맞춤형 전략을 마련해 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에 집중하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이 회장은 "NH농협금융은 농업·농촌 지원이라는 본연의 역할뿐만 아니라, 농협만의 특색을 갖춘 생산적 금융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계열사별 강점을 살려 미래 첨단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 지원을 한층 강화하고, 나아가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농협금융은 매분기 지출하는 농업지원사업비를 확대하는 등 사회적 책임경영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농협금융의 미래 핵심 먹거리로 꼽히는 글로벌 사업도 이 회장의 과제로 꼽힌다. 농협금융은 최근 농협은행 런던지점 최종 인가 획득에 발맞춰 '유럽, 중동·아프리카(EMEA)' 권역 투자금융 사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하반기 중 싱가포르 현지 은행 지점 인가를 앞두고 있으며, NH투자증권의 인도 진출을 추진하는 등 지속적인 해외 네트워크 확장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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