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닷사람이라면 매년 6월부터 기상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많은 비가 쉼 없이 내리는 장마와 한 번의 할큄에도 엄청난 피해를 야기 하는 태풍 때문이다.
최근에는 더욱이 ‘경제’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어 오던 ‘불확실성(不確實性, Uncertainty)’이란 말이 기상 예보에서도 들려오니 장마와 태풍 소식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구 온난화도 아닌 ‘지속적 지구 가열(Planetary Heating)’이라고 불리는 기후 위기가 그간의 위력과 강도 면에서 차원이 다름을 보여주고 있다.
‘평년(平年) 예년(例年)’이라는 말보다는 ‘역사상 처음으로, 유래 없는, 기상 관측 이래’이라는 말이 더 자주 들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방식대로 습관처럼 올여름을 맞이한다면 ‘역사상 처음으로, 유래 없는’ 피해를 맞이할 수도 있다.
풍랑경보가 예고되면 바다에서는 오히려 사고 발생 비율이 줄어든다.
선박 대부분이 안전한 항구로 피항(避港)을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항내 사고가 더욱 많이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좁은 항·포구에 피항 선박들이 몰려들다보니 접안시설 하나에 여러 척의 배가 줄에 묶어 계류하는 일명 ‘복접안(複接岸)’이 문제다.
접안시설에 매어진 홋줄(계류색)이 함께 묶인 선박의 당기는 힘을 이기지 못해 끊어지면 연결된 모든 선박이 표류하는 ‘도미노’식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조업 활동 없이 장기 계류하거나 방치선박은 더욱 위험하다. 선체에 쌓여가는 낙엽과 쓰레기가 배수 구멍을 막거나 선내로 빗물이 들어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전복으로 이어진다.
더욱이 이런 선박들은 소유주나 관리자가 불명확하다. 사고가 발생해도 처리가 안 되거나 수습이 어렵다.
불확실한 기상 환경이지만 우리가 예견할 수 있는 사고 위험은 위에서 열거한 것처럼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하다.
때문에 그동안 우리가 시행했던 장마·태풍 대비보다 더 꼼꼼하게 더 세심하게 준비하고 대처해야 그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An ounce of prevention is worth a pound of cure(1온스의 예방이 1파운드의 치료보다 낫다)’라는 격언처럼.
안전한 피항지를 선택하고 복접안은 되도록 지양하며 태풍 접근 전 소형 선박은 조기에 양륙하는 것.
선박의 홋줄을 보강하고, 선체 배수시설을 다시 확인하는 것. 기상 예보에는 선박 상태를 자주 살피는 것.
이러한 대비가 ‘1온스의 예방이 1파운드의 치료보다 낫다’는 격언을 따른 행동일 것이다.
장마가 오고 있다. 태풍 소식이 들려온다. 이상 기후에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가지만 우리가 확신을 갖고 준비하며 대처한다면 우리의 안전은 확실해질 것이다.
박상욱 <군산해양경찰서장 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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