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무대 점령한 톱스타…티켓값도 껑충

2024-11-07

최근 연극·뮤지컬 애호가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공연은 단연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햄릿’이다. 17일까지 진행되는 이 작품은 ‘오페라의 유령’ 등 뮤지컬에서 크게 활약한 조승우가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개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티켓은 매회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조승우뿐 아니다. 뮤지컬에 비해 스타 마케팅에 대해 다소 보수적이던 연극계는 최근 TV·영화 스타를 적극적으로 무대에 올리며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6월 4일~7월 7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벚꽃동산’은 배우 전도연을 주연으로 세우며 4만 여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황정민 주연의 ‘맥베스’는 시야제한석까지 티켓을 추가로 오픈해 점유율 102%를 달성하기도 했다.

잘 알려진 스타 배우의 출연은 관객들의 ‘실패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연기력이 보장된 배우들인 만큼 애써 찾은 발걸음이 헛수고로 돌아가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몸값이 비싼 스타 배우가 등장할수록 티켓 가격이 비싸지는 단점도 있다. 실제로 올해 연극 계에서는 과거에 비해 VIP석이 10만 원 이상인 공연이 유독 많았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의 VIP석 티켓 가격은 연극 사상 최고가인 12만 원을 기록했으며 ‘맥베스’ 11만 원, 벚꽃동산 11만 원 등 유명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의 VIP 석은 대개 10만 원 이상을 넘어섰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시장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상망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공연시장 연극 티켓 판매액은 약 210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9% 늘었다. 주로 1000석 이상~5000석 미만 대극장의 공연이 늘어난 덕분이다. 1000~5000석 미만 대극장의 티켓판매액은 65억 원 증가한 반면 중극장(300~500석 미만) 티켓 판매액은 18억원 감소했다. 500~1000석 미만 티켓 판매액도 5억원 줄었다. 티켓 판매액 상위 10개 공연은 모두 서울에서 공연됐으며 이 중 황정민, 유승호, 손호준, 고준희, 박성훈, 전도연, 박해수, 진선규, 이희준, 문소리 등이 출연하여 작품의 인지도를 높인 공연이 6건이었다. 햄릿, 맥베스, 엔젤스 인 아메리카, 벚꽃동산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공연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인기 배우가 출연하는 대형 연극이 많아지면 오픈런 공연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실제로 통계를 보면 아동공연과 오픈런공연은 전년동기대비 30.2%, 2.2% 감소했다”고 말했다.

연극계의 스타 유입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29일부터는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팬덤을 형성한 안은진이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사일런트 스카이’로 무대에 선다. 다음 달 21일 개막하는 연극 레미제라블에는 신화 출신 이민우와 가수 겸 배우 남규리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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