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희의 중장년 취업에세이] "실직 경험 있으세요?"...솔직한 재취업담

2024-11-06

중장년의 재취업 성공 비결, 변화관리와 구직기간 단축

장욱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경영학 박사)

"당신은 실직 경험이 있으십니까?" 면접관으로부터 받은 질문이다.

면접관에게 어떻게 답변해야 할까? "나는 실직자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중장년은 몇 이나 있을까?

일반적으로 실직과 관련된 단어는 우리에게 부정적으로 다가온다. 현장에서 그간 만났던 만여 명 이상 중장년들은 대부분 실직을 사형선고처럼 느낀다.

필자도 실직 상태에 놓인 적이 있다. 지금도 생생하다. 집 밖으로 나가기조차 싫고 심지어 친한 친구조차 만나기가 두렵다.

"요즘 주로 어떤 일해?" 이런 질문을 받을까 봐 두렵다. 어느 날 헤드헌터로부터 걸려 온 전화는 구직활동을 열심히 뛰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마지막 관문인 최종 면접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곤 했다.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앞으로 필자가 왜 면접에서 떨어졌는지 낱낱이 고백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당시는 외환위기 이후라 기업의 상당수가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력 감축이 빈번하게 일어나던 시기다. 필자는 대학 졸업 직후 기업의 인사팀에서 일했는데 개인적인 일로 급작스럽게 나오게 되었다.

다시 앞에서 제시한 면접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이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연히 구인광고를 접했는데 기업의 인사 경력 보유자를 찾는다고 했다. 직무는 '장기 실직자 프로그램 진행자(facilitator)'이다.

면접관의 첫 질문이 시작되었다. "당신은 실직 경험이 있으십니까?"

어떻게 답변해야 할까? 솔직하게 답변해야 할까? 실직 경험을 이야기하면 혹시 면접관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어떻게 하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상상해 봐라. 어떻게 답변해야 할까? 고민 끝에 솔직하게 힘들었던 실직 경험을 털어놨다. 면접관 앞에서 조금 창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등에서는 내내 식은땀이 흘렀다.

그 이후 면접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다행히 우수한 성적으로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그리고 실직자와 관련된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실직 관련 연구도 그때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그 때의 용기와 도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

궁금하지 않은가? 어떻게 답변했길래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을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다.

합격 통보를 받고 교육에 참여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면접 때 제일 까칠했던 면접관이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는 한국형 실직 프로그램 개발을 주도한 K 교수였다. 그는 교육생들에게 힘주어 말했다. 미국의 실직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미시간대학교에서는 전문가를 채용할 때 특별한 가점 요소가 있다고 했다.

그것이 바로 구직자의 실직 경험이다. 실직을 경험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실직자를 대할 때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 점을 선진국에서는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이즈음 되면 필자가 면접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예상할 수 있으리라. 실직 경험이 구직자에게 무엇보다 합격의 중요 요소였다.

필자가 상당 기간 일했던 분야는 중장년의 전직이나 이직을 지원하는 전직지원 컨설팅(아웃플레이스먼트)이다.

주로 중장년의 성공적인 재취업을 지원한다. 25년 이상 중장년분들과 울고 웃으면서 별별 사연을 다 겪었다. 그 이야기보따리를 앞으로 풀어보려 한다.

현장에서 퇴직자와 실직자를 만나면 실직자의 심리 상태가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중장년에게 급작스러운 퇴직 통보는 심리적 충격이 매우 크다. 60세 정년퇴직자도 심리적 충격이 덜하지는 않다. 그런데 개인차가 크다.

왜 그럴까? 중장년 재취업 출발은 일반적으로 개인의 '변화관리 전략'에 달려있다.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이냐? 일반적으로 개인이 실직, 퇴직이라는 충격 앞에 심리적으로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친다. 정리 단계, 중립 단계, 새 출발 단계를 거친다. 이러한 전환기의 3단계는 누구나 건너뛸 수도 피해서 갈 수도 없다. 처음에는 부인, 걱정, 충격으로 시작하여 스트레스, 변화-회피 단계를 거쳐 수용, 희망, 열정의 단계로 나아간다.

문제는 시간, 즉 기간이다. 앞에서 제시한 3단계를 누구는 6개월, 누구는 1년 이상도 진행된다. 그래서 개인별로 구직 기간이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퇴직과 실직 앞에 중장년의 구직 기간을 어떻게 하면 단축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현장에서 중장년들은 이런 질문을 자주 한다.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컨설팅하는지요? 어떻게 하면 재취업을 할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은 면접을 어떻게 보나요? 저는 면접에서 왜 떨어진 걸까요? 이 나이에 지원서를 내면 과연 통과할 수 있을까요? 연봉협상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장욱희의 중장년 취업 에세이'는 이런 질문을 현장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한다. 전문가지원은 구직 기간을 단축하게 하는 것으로 이미 학술적으로 입증되었다. 퇴직과 실직이라는 단어 앞에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당당하게, 재취업을 준비하자. 대한민국 중장년을 응원한다.

*장욱희 박사는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와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조교수를 역임했으며, (주)커리어파트너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방송 관련 활동도 활발하다. KBS, 한경 TV, EBS, SBS, OtvN 및 MBC, TBS 라디오 등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고용 분야, 중장년 재취업 및 창업, 청년 취업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삼성SDI, 오리온전기, KT, KBS, 한국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서울시설공단, 서울매트로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전직지원 컨설팅, 중장년 퇴직관리, 은퇴 설계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또한 대학생 취업 및 창업 교육,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공공부문 면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나는 당당하게 다시 출근한다.'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아웃플레이스먼트는 효과적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인사혁신처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여가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비상임 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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