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죽 그은 제왕절개 칼자국 '참혹한 미용 실습견'…"우리는 연습용 인형이 아니에요"

2025-09-16

동물자유연대가 세종시 불법 번식장에서 53마리 개를 구조하면서 번식장과 애견미용학원을 잇는 동물 착취의 고리가 드러났다. 구조된 개들은 열악한 환경과 반복된 출산·실습으로 고통을 받아 왔으며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실습견 관리 실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6일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11일 세종시의 한 불법 번식장에서 미용 실습에 동원되던 개들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해당 시설은 아버지가 번식장을 운영하고 아들이 그 개들을 미용학원 실습견으로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조된 개들은 발이 빠질 정도로 불안정한 뜬장과 오물이 가득한 환경에 방치돼 있었다.

조영연 동물자유연대 동물복지국장은 “구조된 개 중 일부는 턱뼈 골절, 지간염, 자궁축농증을 앓고 있었고, 여러 차례 제왕절개 흔적이 있는 개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구조 소식은 온라인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실제 미용학원에 다녔다는 이들은 “번식장 개들을 실습견으로 쓴다고 해서 포기했다”, “실습견으로 온 개들이 질병으로 눈도 못 뜨고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는 경험담을 공유했다. 한 누리꾼은 “미숙한 수강생이 강아지를 떨어뜨려 다치게 하는 걸 여러 번 봤다”고 증언했다.

해외에서는 수강생의 반려견, 제휴 살롱 고객의 반려견, 또는 모델견 공고를 통해 실습견을 모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강아지 모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미 모형을 이용한 미용 교육이 보편화돼 있으며 국내에서도 일부 대학은 수업에 모형을 사용하고 있다.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사무총장은 “미용 기술을 익히지 못한 초급자가 실제 개를 다루면 사고 위험이 높다”며 “기술 연마와 동물복지를 위해 모형 활용을 적극 권장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2015년부터 강아지 가발 모형(위그)을 도입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반려견 스타일리스트’ 자격증은 2020년 국가 공인 민간자격으로 인정받았다.

동물자유연대는 “애견미용학원은 동물보호법이 아닌 학원법 적용을 받아 단순한 시설만 갖추면 설립이 가능하다”며 “실습견 확보와 관리가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습견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나아가 동물 이용을 최소화하는 교육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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