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거래 대금 추월 광풍에 불공정 거래 의심도
선진국은 시행…과세 인프라 신속 구축이 급선무
여야가 오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가상자산 과세 문제를 논의한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근거가 마련됐지만 도입은 두 차례 연기됐다. 시행이 내년으로 다가오자 정부·여당은 2년 추가 유예(2027년 시행)를 주장하고, 야당은 공제 한도를 연간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려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 비공개회의에서 “해외 거래를 포함해 가상자산 소득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느냐”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과세가 폐지 대상이 된 금융투자소득세의 뒤를 밟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 상황이다. 금투세 폐지 합의는 가뜩이나 국내 주식이 투자자의 외면을 받는 상태에서 과세까지 하면 자금 이탈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현실론이 받아들여진 때문이었다.
하지만 코인 시장은 다르다.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이후 과열 조짐까지 보여 왔다. 대표적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가격은 10만 달러에 육박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어제 KBS 일요진단에 나와 “가상자산 가격이 단기 급등하고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불공정 거래에 중점을 두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코인 시장 거래액은 이미 국내 증시 거래 대금을 추월했다.
기업이 발행한 주식이 거래되는 증시와 달리 코인 시장은 실물경제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주식시장은 우리 경제의 선순환에 중요하지만 가상자산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두 시장을 놓고 보면 주식시장으로 돈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가상자산 과세를 또 유예하면 이 ‘묻지마 투기장’에 불쏘시개를 넣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
유예를 주장하는 쪽에선 소득 파악이 어렵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공정·공평한 과세가 현 준비 상황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국제적 정보 교류를 하는 2027년부터 시행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해외 소득 파악이 쉽지 않다는 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영국·일본 등은 이미 가상자산 소득에 과세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세법개정안 분석 자료를 통해 “반복적 과세 유예는 납세자가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역량에 대한 의구심을 갖도록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예 기간 중에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기획재정부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오히려 과세를 통해 가상자산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 연구를 확대하고, 관련 인프라를 갖추는 시기를 당길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과세 대상을 좁혀 시작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