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엄마가 옆에서 읽어주는 줄 알았어요”
8월 첫날 오후, 경기도 파주 웅진씽크빅 본사에 설치된 ‘북스토리’ 체험 부스. 엄마 목소리를 입은 인공지능(AI)이 톤을 바꿔가며 책을 읽어주자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겨울을 주제로 한 그림책의 스토리를 분석 후 태블릿 화면에 눈보라 효과를 보여주고, 바람 소리까지 들려주자 아이는 미동도 없이 몰입하기 시작했다. 북스토리는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5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웅진씽크빅의 인공지능(AI) 독서 플랫폼으로, 이날 공식 출시 전 처음 일반 고객에게 공개됐다.
웅진씽크빅은 창립 45주년을 맞아 8월 주말과 공휴일에 본사를 전면 개방하고, 도서, 전집, 학습지, 디지털 학습물 등 자사의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행사 ‘미래를 여는 여름 2025’를 마련했다. 행사 개시 하루 전 일부 고객과 임직원의 자녀를 대상으로 사전 체험이 진행됐다.
이날 가장 인기를 끈 콘텐츠는 단연 북스토리였다. 생성형AI와 광학문자인식(OCR) 기술로 그림책의 글자와 이미지를 분석해 원하는 목소리로 읽어주고,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과 화면효과를 곁들이는 서비스다. 기본 제공되는 목소리 외에 엄마, 아빠, 선생님 등 원하는 목소리를 입력해 추가할 수도 있는 게 특징이다. 그림책을 넘기며 각 페이지를 태블릿에 인식시키는 걸로 사용 준비가 끝난다. 한 페이지를 인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현장에서 북스토리를 체험한 학부모와 아이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아이 옆에 없는 상황에서도 엄마 아빠의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점이 아이의 정서 발달과 독서에 대한 흥미 향상에 도움이 될 거라는 평가가 주로 나왔다. 4세, 3세 자녀와 북스토리를 체험한 박현선 고객은 “익숙한 목소리와 생생한 음악이 어우러져 아이가 오랫동안 집중했다”며 “평소 책을 오래 못 보던 아이인데 오늘은 끝까지 듣고 싶다고 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북스토리 외에도 에듀테크 제품이 전시된 공간에는 유독 아이들이 오래 머물렀다. 책을 읽으면서 카드 형태의 ‘마커’를 사용해 증강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제품 ‘AR피디아’는 개구리 해부 실험을 하거나 백악기 공룡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 특히 반응이 좋았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영어 말하기 미션을 완수하며 아이템을 얻는 게임형 영어 회화 서비스 ‘링고시티’는 줄을 서야 체험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날 5세, 3세 자녀와 행사장을 찾은 김수현 고객은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체험하는 걸 보면 AI 같은 기술이 학습 효과뿐 아니라 흥미 유발에도 확실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고 전했다.
행사장 한켠에는 이지은 그림책 베스트셀러 작가의 원화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팥빙수의 전설’ 등 전설 시리즈와 올해 출간된 신작 ‘먹어 보면 알지’의 책 속 주인공들이 그림과 제작물로 마련돼 있어 아이들이 함께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고, 독서 공간에서 그림책을 읽던 아이가 곧바로 옆에 놓인 교구를 집어 들고 장면을 재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웅진씽크빅은 1980년 출판 사업을 시작으로 유아·초등 도서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후 학습지 브랜드 ‘씽크빅’을 출시해 국내 교육 업계를 선도한 기업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흐름에 맞춰 에듀테크 제품을 국내외에 선보이며 ‘K교육 콘텐츠’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교육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 웅진씽크빅이 본사 사옥을 전면 개방해 고객을 초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일경 웅진씽크빅 DGP(Digital Growth Platform)본부장은 “이번 행사는 제품 체험을 넘어 웅진씽크빅이 45년간 지켜온 교육철학이 어떻게 최신 기술과 결합해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라며 “AI, AR,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에듀테크 제품이 단순한 흥미 유발을 넘어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음을 체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