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초격차’ 디스플레이 가전을 내놓기 위한 신제품 개발 조직을 신설했다. 세상에 없는 혁신 제품으로 중국 가전 산업의 추격을 뿌리치겠다는 구상이다.
1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내에 '넥스트 프로덕트(next product)' 팀을 새롭게 만들었다. 사업부 내에서 개발팀장을 맡았던 김용재 부사장이 이 팀을 총괄한다.
VD사업부는 삼성전자에서 TV 등 디스플레이 기기 제조를 담당하고 있으며 신설 팀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영상 폼 팩터를 만들어내라는 특명을 받았다. 삼성이 올해 초 CES에서 공개한 인공지능(AI) 로봇 '볼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은 볼리의 눈에 빔 프로젝터를 장착해 움직이는 AI 비서와 TV 기능을 합친 새로운 시장을 제시했다. 전자업계에서는 라이트 필드 디스플레이(LFD) 기술을 활용한 3D 영상 기기에 관한 연구개발(R&D)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VD사업부가 넥스트 프로덕트 팀을 신설한 이유는 중국 TV 브랜드의 거센 추격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전통적인 TV 강자다. 회사는 올 상반기 세계 TV 시장에서 금액 기준 28.8%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1위를 차지했다. 이대로라면 19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하지만 TCL, 하이센스 등 중국을 대표하는 TV 제조사들이 삼성전자, LG전자에 이은 3·4위의 위치에서 국내 업체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저가 공세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이제는 옛말이다.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을 장악한데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 등 고화질 기기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3분기 세계 프리미엄 TV 출하량 점유율에서 하이센스는 전년 동기 대비 10%포인트가 늘어난 24%, TCL은 6%포인트 증가한 17%를 기록하며 1위를 삼성전자(30%)를 근소한 차이로 따라잡았다. 삼성전자는 가전사업의 든든한 '캐시카우'였던 TV만으로는 지속 성장을 장담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TV시장이 점차 쪼그라들고 있는 것도 문제다. 소비자들의 영상 시청 습관이 변한 데다 경기 침체까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TV 수요는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0년 TV 수요는 2억 1700만대 였지만 2024년에는 1억 9600만 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19년 연속 TV 시장 1위의 명맥을 이어가려면 중국 업체가 생각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인공지능(AI)과 폼팩터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고민이 내년 삼성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전자 내에서는 VD 사업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부에서 새로운 폼 팩터를 찾는 작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MX사업부는 최근 구글·퀄컴과 협력해 만든 '프로젝트 무한'이라는 AR 헤드셋을 공개하며 확장현실(XR) 기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고 선언했다. 이 제품은 내년 3분기에 본격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며 하반기 약 5만대 물량이 출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