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란 본질적으로 사람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의사로서 사람들을 돕는 일을 좋아하는 제가 정계에 입문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앞으로 그 힘의 일부를 한국과의 협력 강화에 쏟아붓겠습니다.”
조너선 패터슨 미국 미주리주 하원의장은 23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양국의 파트너십 강화에 가교 역할을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화당 소속인 패터슨 의장은 2018년 선거에서 당선된 후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내리 4선에 성공했다. 백인 인구 비율이 높은 미주리주에서 아시아계 출신 하원의장 선출은 그가 처음이다. 패터슨 의장은 “내년 11월 3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주 상원의원에 도전할 계획”이라며 정치적 포부를 밝혔다.
패터슨 의장은 24일 국회에서 진행된 ‘제16회 해리 트루먼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미주리대 주최로 2년마다 열리는 이번 행사는 미주리주 출신인 미국 제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을 기념해 한미 간 우호를 증진하기 위한 국제학술대회다. 트루먼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해방을 맞은 1945년부터 한국전쟁 중이던 1953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해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원자력발전이 한미 동맹의 핵심으로 부상한 가운데 올해 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이 국제 경쟁입찰에서 미주리대 차세대 연구용 원자로(MURR) 건설 사업자로 선정돼 1단계 사업을 추진 중이다. 패터슨 의장은 “이번 사업은 미국의 지원으로 원자력 기술을 습득한 한국이 66년 만에 역수출하는 감동적인 사례”라며 “양국 정치·사회를 넘어 과학기술 교류가 확대될 수 있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패터슨 의장은 이를 계기로 미주리주와 미주리대, 그리고 한국이 강력한 협력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는 뜻을 피력했다. 미주리주는 미국 중서부의 물류 중심지로 보잉·몬산토 등 글로벌 기업들이 소재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한양로보틱스와 HMM 등이 진출해 있다. 그는 “MURR 사업이 발판이 돼 양국 간 무역·투자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연방정부의 고용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미주리주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패터슨 의장의 한국 방문은 37년 만이다. 그는 여섯 살이던 1986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두 살 터울인 여동생과 함께 미주리주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입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1988년 서울올림픽을 관람하러 양부모와 함께 한국을 찾은 게 마지막이라는 그는 “당시 너무 어렸을 때라 흐릿한 기억만 남아 있는데, 지금 서울은 제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다. 제 뿌리가 한국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패터슨 의장은 미국에서의 삶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고 회고했다. 동양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시절 그는 혐오와 차별에 맞서 싸워야만 했다. 그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 유일한 아시아계로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은 다양성이 많이 증진된 상태”라며 “정치인으로서 지역 내에서 다양성 확보와 인종차별 문제에 주목하고 있고, 특히 한국 교민들을 포함해 소수인종의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들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했다. 패터슨 의장은 “연방정부는 기본적으로 합법적인 이민은 환영하지만 불법적인 이민은 막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저 역시 이민자 출신으로 합법적인 이민과 해외 유학생, 파견 근로자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주리주에서 한국인 유학생들과 취업을 희망하는 한국인들이 체류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패터슨 의장은 미국 프로축구 LA FC로 이적한 손흥민 선수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을 언급하며 “미주리주 내에서도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며 “내년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북중미 월드컵 8강전이 열리는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8강에 올라 미주리주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볼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