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이사 의무 확대로 대표되는 상법 개정 신중해야

2025-02-26

지배주주도 소수주주도 모두 주주다. 일반적으로 소수주주의 이익은 지배주주를 포함한 총 주주의 이익과 같고, 회사의 이익과도 일치한다.

그렇다면 이사의 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는 상법 개정은 큰 문제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일단 우리 법체계는 법률관계가 있는 당사자 간에만 의무를 인정한다. 그런데 이사와 주주 간에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이는 돈을 버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주주에게 분배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회사의 이익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사의 의무에는 주주 이익 보호가 포함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 해석론이다. 기존 법체계를 무시하면서까지 이사의 직접적 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는 것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지배주주가 있는 상장회사에서 일부 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일이 간혹 생기기도 한다. 주주 보호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다만 이사의 의무 대상이 회사로 규정된 현 체계 의의를 먼저 이해한 후, 어떤 방식으로 주주 보호를 실현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 근로자의 이익, 탄소중립 등 사회적 과제도 고려해야 하는 시대다. 회사도 지속적인 성장이나 중장기적인 가치 제고를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주주 이익 극대화 원칙에 대한 의문과 비판이 커지고, 회사의 목적에 대한 견해도 주주 중심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로 확대되는 현실을 생각해 보자.

회사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주주는 물론 다른 이해관계자 간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이사의 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고 주주의 이익을 강조할수록 균형이 깨질 우려가 있다. 학생 인권 보호가 교권 침해를 초래했던 일, 민법상 징계권이 아동학대의 단골 변명으로 악용된 사례가 주는 교훈을 떠올려보자.

주주라고 해서 항상 동일한 이해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는 주주이지만, 회사보다는 고객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존재다. 고객이 단기적 이익을 강하게 요구하면 이들에게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고려사항에서 멀어진다.

이 경우 주주 간 대립은 심해지고 이사의 중장기적 경영 판단은 저해될 우려가 있다. 결국 주주 공동의 이익은 물론 근로자와 사회 전반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

주주의 이익 보호는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오히려 주주와 회사, 사회의 장기적 이익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 주목할만한 변화가 있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월 향후 회사법 개정 방향 등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거버넌스 개혁이 기업의 수익력 강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경영자가 주주 뿐 아니라 사회적 과제와 이해관계자까지 고려한 과감한 가치 창조 전략을 실행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주와의 대화를 토대로 전략을 수정·보완하고 투자자의 이해와 신임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회사법 개정 방향에는 파격적인 내용이 많다.

예를 들면 90% 이상 주식을 취득한 주주가 나머지 주주의 주식 매도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보고서에는 그 요건을 기존 90% 이상에서 3분의 2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 검토가 담겼다.

기업 경영 환경이 복잡해지고 경제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쟁은 날로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주주 보호로 대표되는 거버넌스 개혁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경영자의 신속·과감한 의사결정과 먼 미래를 내다본 공격적인 성장 투자를 뒷받침하는 제도 정비 논의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권용수 건국대 KU글로컬혁신대학 교수 dydtn@k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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