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사업재편과 공동행위

2025-02-25

"공정위 인가제도 활용, 철저한 컴플라이언스 권장"

최근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발 원자재 공급 과잉과 저가 판매가 경기 불황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이에 따라 일부 산업 중심으로 사업 재편의 필요성도 공론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 1. 업무계획을 통해 글로벌 공급과잉 업종의 사업재편 및 경쟁력 강화 방침을 발표하였고, 특히 석유화학 분야에 대해서는 업계의 자율적인 컨설팅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사업재편을 추진할 것임을 밝힌 바도 있다.

산자부, 사업재편 방침 발표

기업의 선제적인 사업재편을 지원하기 위해 2016년 제정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하 "기업활력법")에서는 '사업재편'을 정의하고, 기업활력법에 따른 기업의 자발적인 사업재편 노력에 대하여 정부가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에서 말하는 사업재편은 기업이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생산성을 상당 정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으로, (i)합병, 분할, 주식의 이전 · 취득 · 소유, 회사의 설립 등 법령이 정하는 방식에 따라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구조를 변경하는 것, (ii)기업이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분야나 방식을 변경하여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거나 신기술을 도입하는 등 사업의 혁신을 추진하는 것으로서 법령이 정하는 활동이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기업의 구조조정이 모든 경우에 기업활력법상 사업재편의 정의에 포섭되지는 않는다. 불황 극복이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진행하는 사업 다각화, 매각, 사업축소 등 상시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련의 구조조정도 일반적인 개념으로서의 사업재편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쟁점 다양

여러 형태의 사업재편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상 쟁점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사업 매각이나 M&A를 진행할 때 필요한 기업결합 신고 · 심사, 기업집단 · 지배구조 관련 규제 준수 의무를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사업재편을 통해 경쟁에 중요한 요소를 공유 · 협의하거나 공동으로 수행하는 경우에는 부당공동행위(담합)도 문제될 수 있는데, 본고에서는 특히 사업재편과 관련된 공동행위의 성립 여부와 예외 인정 가능성에 대해 살펴본다.

특정 산업분야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A법인과 B법인이 주식의 이전 · 취득을 통해 전략적 관계를 맺으면서 기존에 과잉 경쟁으로 수익성이 낮았던 사업부문은 일부 폐지하고, 함께 신기술과 설비를 도입하여 생산 · 마케팅의 효율화를 도모한다고 가정해 보자. 또는 A법인이 경쟁사업자 B법인과 중복되는 사업부문은 폐지하고 B법인에 대한 생산 위탁이나 구매 후 재판매 관계 등 수직적 거래관계를 맺는 경우도 가정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업재편 과정이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에서 정하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서 (i)상품의 생산 · 출고 등을 제한하는 행위, (ii)영업의 주요 부문을 공동으로 수행 · 관리하거나 수행 · 관리하기 위한 회사 등을 설립하는 행위, (iii)생산 또는 용역의 거래를 위한 설비의 신설 또는 증설이나 장비의 도입을 제한하는 행위, (iv)그 밖의 행위로서 가격, 생산량 등 경쟁상 민감한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관련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 등을 할 것을 합의하는 부당공동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사업재편의 부당공동행위 여부

위 사안을 공정거래법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하면 일응 부당공동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도 있다. 경쟁사업자간 과잉 경쟁을 피하면서 기술 도입, 생산 및 마케팅 조직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 이러한 협력은 가격 · 생산량 · 거래조건과 같은 경쟁 요소를 공동으로 결정하거나 민감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시장 경쟁을 실질적으로 축소한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직적 관계에 있는 사업자들 간에도 현실적 · 잠재적 경쟁관계가 있으면 공동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각 호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사업재편 과정에서 경쟁사업자와 협업이 이루어지더라도 그 행위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도록 사전에 적절한 구조와 업무 방침을 수립하여 예방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특히 가격 · 생산량 등과 관련된 공동행위는 그 본질상 경쟁촉진적 효과는 인정되기가 상당히 어려워, 자체적인 예방만으로 법 위반의 리스크를 제거하는 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공동행위 인가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는 이유이다.

공동행위 인가제도

공정거래법은 제40조 제2항에서 공동행위 인가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부당한 공동행위가 불황극복을 위한 산업구조조정 목적을 위한 것으로서 법령이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인가를 받은 경우 법 위반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i)해당 산업 내 상당수 기업이 불황으로 인해 사업활동에 곤란을 겪을 우려가 있을 것, (ii)해당 산업의 공급능력이 현저하게 과잉상태에 있거나 생산시설 또는 생산방법의 낙후로 생산능률이나 국제 경쟁력이 현저하게 저하되어 있을 것, (iii)기업의 합리화를 통해서는 (i) 또는 (ii)의 상황을 극복할 수 없을 것, (iv)경쟁을 제한하는 효과보다 산업구조조정의 효과가 더 클 것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공동행위 인가제도의 적용 대상으로는 불황극복을 위한 산업구조조정 외에도 연구 · 기술개발, 거래조건의 합리화,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이 있다.

다만, 공정위가 현행 인가제도 하에서 공동행위에 대하여 인가를 한 사례가 많지는 않다.

공동행위 인가사례 많지 않아

가장 최근 사례인 2010년 레미콘 업계의 공동행위 인가신청 건에서는, 공동의 품질관리 및 연구개발 부분은 품질개선 등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인가를 하였으나, 불황 극복을 위해 공동구매 및 공동의 영업수행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고 불허하였다. 특히 지금까지 불황극복 목적의 공동행위가 인가된 사례는 발견하기가 어려운데, 개정 전 공정거래법에서는 '불황극복'을 단독 인가요건으로 구분하고 그 요건도 엄격하게 요구(상당기간 수요 감소 및 거래 가격의 평균생산비 하회 등)하였기 때문인 것으로도 보인다.

참고로, 기업활력법에 따르면 둘 이상의 기업이 공동으로 사업재편을 실시하려는 경우 주무부처에 이를 신청해야 하는데, 이 경우 사업재편계획에 대한 심의위원회 심의와 공정위의 공동행위 인가 절차를 함께 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 주무부처의 장은 공정위에 공동행위의 필요성과 그 효과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기업활력법 제24조의2). 다만, 기업활력법 제정 이후 동법상 사업재편 과정에서 공동행위 인가제도가 활용된 사례도 특별히 보이지는 않는다.

이처럼 선례들만 보아서는 최근 경제위기 국면에서 고려되는 사업재편과 관련하여 공정위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명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공정위는 2021. 12. 개정 공정거래법에서 "불황극복을 위한 산업구조조정"으로 인가 요건을 변경하였는데, 이는 기존에 각각 개별 인가요건으로 규정되어 있던 '산업합리화', '불황극복', '산업구조의 조정'을 하나로 통합하고 세부인가 요건도 간소화한 취지다. 종래에도 지금과 유사한 경제상황에서의 공동행위 인가나 집행 완화 사례는 사실상 없었으므로, 향후 개정 법령 하에서 현재의 국내외 경제 상황과와 정책 방향에 맞는 유연한 해석 · 집행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공동행위 인가제도 활용을 고려할 경우, 국내외 경제상황의 변화에 기반한 합리적인 사유를 요건에 맞춰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정위 고시인 '공동행위 및 경쟁제한 행위의 인가신청 요령'에 따르면, 불황극복을 위한 산업구조조정 시 공동행위 인가에 필요한 요소는 해당 업종의 일반적 현황, 국내외 경제여건의 변화 내용, 최근 3년간 당해 업종의 손익현황 · 사업자수 변동상황 · 연도별 생산능력 · 수급현황, 장기 수급전망, 가격 및 생산능률 등에 관한 국제비교 등이다. 또한 기업활력법에 따른 사업재편계획을 마련한 경우라면, 주무부처는 물론 공정위와도 긴밀히 협의하여 산업과 시장구조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구조를 모색하여 사업재편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한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쟁사업자간 협업이 반드시 공동행위 인가를 받아야만 적법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인가 여부와 무관하게 사업재편 과정에서 각종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는 여전히 중요하다. M&A나 사업매각 등 과정에서 잠재적 매수인 · 거래상대방과 일정한 정보교환이 불가피할 경우 부당공동행위 예방을 위한 계약적 · 제도적 조치(예컨대 비밀유지약정, 클린룸 운영 등)를 해야 함은 물론 사업재편 이후 협업 과정에서도 철저한 컴플라이언스 활동이 필요하겠다. 아울러 산업 주무부처와의 회의나 협의체에서 업계 경쟁사업자들이 모여 산업 현황이나 사업재편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법 위반의 오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종래 많은 사건들에서, 타 정부 부처의 행정지도나 권고 하에 경쟁사업자들간 회합, 모임, 협의체 등이 조직되어 논의가 이루어졌더라도 관계 법령에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이상 위법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하여 왔다.

해외 시장 영향도 검토해야

마지막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군일수록 특정 공동행위가 해외 시장의 경쟁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항상 유의해야 한다. 공정위가 공동행위를 인가하거나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제한성이 낮다고 판단하더라도, 그 효과가 해외 시장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재편에 따른 행위가 해외 시장에도 영향이 있다면, 각 국가별 시장과 규제상황을 고려한 개별 검토를 통해 해외 경쟁당국의 조사를 촉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기업 모두가 유연하게 지혜를 모아 산업 내실화를 도모하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하고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최인선 · 이혜미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inseon.choi@kimch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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