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양행이 지난해 3월 1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장과 부회장직을 신설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해당 직위는 공석으로 남아 있다. 당시 논란 속 특정 인사를 위한 자리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결국 아무도 선임되지 않은 채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유한양행은 오는 20일 주주총회를 열고 △1주당 배당금 보통주 500원, 우선주 510원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등을 부의할 계획이다. 올해 주총에서는 전년도 신설한 회장·부회장직 등에 대해선 논하지 않을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1996년 이후 28년 만에 회장·부회장 직제를 부활시켰다. 역대 회장을 역임한 사람은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와 그 측근이었던 연만희 고문 2명뿐이다. 유한양행은 “직제 신설은 미래 지향적인 조치일 뿐”이라며 “회장·부회장직을 신설하는 것이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글로벌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임원이 많아지기 때문에 직급 체계를 더 넓힐 필요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회장과 부회장직은 공석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2009년까지도 회장 직제가 있었다”면서 “당시는 현재와 매출 규모 등이 차이가 날 정도로 소규모였기 때문에 회장·부회장 직제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유한양행은 회장·부회장 직제 신설을 앞두고 '소유·경영 분리'라는 창업주 유일한 박사 정신에 위배된다는 주주·직원들의 반발을 겪었다. 창업주 손녀인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 역시 당시 주총에 참석해 “할아버지의 정신이 제일 중요하다”며 회장·부회장직 신설을 반대했다. 유한양행 회장직 신설로 '견제와 균형'의 창립정신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유한양행은 내규상 회장·부회장에 현직 대표이사만 선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전임이나 연임이 아닌 초임 현직 대표만이 회장이나 부회장에 선임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내규상 현재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 한 차례 연임된 조욱제 사장은 회장·부회장에 오르기 어렵다. 세간의 논란이 일자 이같은 내규를 만들었다. 결국 회장·부회장은 차기 경영진이 선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욱제 사장 임기는 2027년까지다. 때문에 그 이후에나 차기 대표가 회장·부회장에 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은 내년 창립 100주년(2026년)을 앞두고 있다. 신설한 직급의 오랜 공석, 기업 지배구조 변화, 리더십 문제 해결 등에 관심이 쏠린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올해 주총에서 주주들이 배당금을 미리 알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주주친화적인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면서 “신설 직급은 현재 공석인 것은 맞지만 모두 미래를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