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많은 여성을 일하게 하는 것이 국가의 소득을 올리고 기업을 강하게 만들어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오게 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2023년 12월 세계여성이사협회 특별포럼에서)
인구 감소 시대, 여성 인력 활용이 생산성을 올려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실은 어떨까. 국내 재계에서 여성 사내이사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 회사 정책 결정권을 가진 사내이사의 경우 여전히 남성 중심 이사회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는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고위직 승진을 막는 ‘유리천장’이 존재하고 있다. 여성들은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과 유리 천장으로 인해 고위직 진출이 쉽지 않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2년 국가 성평등지수’ 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가성평등지수는 65.7점으로, 전년 65.5점 대비 0.2점 올랐다. 국가 성평등지수는 고용·교육·소득·의사 결정 등 7개 분야의 성별 차이를 수치화한 것으로, 2010년부터 발표하고 있다. 100점에 가까울수록 성평등한 상태를 뜻한다. 같은 기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활발해 재고용률, 정규직 비율 등에서 점수가 올랐지만 고위직의 여성 비율을 나타내는 ‘의사 결정’ 분야는 점수가 더 떨어졌다. 우리나라 여성 관리직 비율(14.6%)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4%)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꼴찌를 차지했다.
특히 여성 사내이사는 여전히 갈길이 멀다. 지난해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대 그룹 중 20개 그룹은 계열사에 여성 사내이사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22년 8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국내 상장법인은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는 것이 금지됐다. 최소한 한 명의 여성 이사(등기 임원)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ESG(환경·사회 ·지배구조) 경영 기조에 따라 사내 여성 임원 발굴에 힘써야 한다.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평기 지표에 이사회의 여성 비율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주요 대기업의 첫 여성 사내이사가 눈길을 끈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2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을 통해 데이터와 IT 서비스 플랫폼 개발 전문가인 진은숙 ICT담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진 부사장은 NHN 총괄이사를 거쳐 2021년 현대차에 합류해 지난해 5월부터 ICT 담당을 맡고 있다. 진 부사장이 선임되면 현대차의 첫 여성 사내이사가 된다. 앞서 2021년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도 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이인재 전 삼성카드 부사장(디지털본부장)은 지난 2019년 삼성생명·삼성증권 등 삼성금그룹 금융계열사 최초 여성 등기이사다. 당시 삼성그룹 내 자산 규모 2000억원 이상의 계열사 가운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오너 일가를 제외한 유일한 여성 사내이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 전 부사장은 2018년 삼성 금융계열사 최초의 여성 부사장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2022년 12월 LG생활건강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정애 사장은 18년간 대표 자리를 지켜 온 차석용 부회장이 물러난 자리에 올라서며 주목받았다. 이 사장은 LG생활건강 내 최초 공채 출신 여성 사장으로 앞서 2015년에도 LG그룹 내 공채 출신 최초 여성부사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사장은 삼성, SK, 현대차 등 4대 그룹에서 오너가 출신이 아닌 사상 첫 여성 CEO(최고경영자)다. 그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연임됐다.
김소영 전 CJ제일제당 바이이사업부문 AN사업본부장은 CJ제일제당 첫 여성 사내이사다. 2021년 사내이사로 선임된 김 전 부사장은 2004년 CJ제일제당 바이오연구소 입사 후 2013년 상무, 2018년 부사장대우로 승진했다. 그는 CJ제일제당의 그린바이오 연구개발(R&D) 경쟁력을 강화에 공헌했다.
카카오는 여성 사내이사가 가장 많은 그룹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와 윤성아 SM C&C 광고 부문장, 이옥선 넵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해 총 6명이다. 박애리 HS애드(옛 지투알) 대표와 이명희 LG유플러스 전무, 이선주 KTls 대표, 김제현 스튜디오드래곤 대표, 네이버 조수연 대표와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 손윤정 인크로스 대표,조혜정 삼성물산사업본부장(부사장), 이지연 아모레퍼시픽 상무, 송효진 롯데칠성음료 재경부문장, 이정애 씨큐아이 상무, 한수미 전 나래에너지서비스 대표, 류성희 전 SK네트웍스 지속경영본부장, 손윤정 인크로스 대표 등이 전문경영인 출신 대기업 사내이사다.
오너 출신들도 사내이사로 선임되고 있다.
오너 출신 사내이사로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졍명이 현대커머셜 사장, 정성이 이노션 고문, 조현민 한진 사장, 대림통상 고은희 회장과 이효진 부사장,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김정훈 대성홀딩스 부회장,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 솔본 이혜숙 부회장과 홍수연 이사, 염혜선 와이오엠 이사, 허태화 삼륭물산 이사 등이 있다.
하늘의 별을 따는 여성 사내이사가 더 많아지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