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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상자산 회계처리 최대 과제는 기존 회계기준으로는 가상자산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가상자산 관련 주석공시 모범사례가 있지만, 이를 블록체인 특성에 맞게 구체화하는 작업이 시급합니다.”
김경호 한국 딜로이트 그룹 디지털자산센터장은 2005년 딜로이트안진에 입사해 20년 넘게 금융감사본부에서 활동해온 금융 감사 전문가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전세계 딜로이트 글로벌 소속 가상자산 전문가로 구성된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 글로벌 위원회'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원장을 기록하는 주체가 명확한 기존 중앙화 장부와 달리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성격으로 인해 원장을 기록하는 주체가 불분명하고, 스마트 계약의 경우 사람의 개입 없이 프로그램에서 정해진 조건에 따라 거래가 수행된다”면서 “거래를 어떻게 적시성 있게 회계에 반영할지가 현실적인 과제”라고 짚었다.
블록체인은 기술 특성상 거래내용이 탈중앙화된 장부에 자동으로 기록되지만, 실제 회계처리를 위해서는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김 센터장은 “비트코인 1개 전송이 매각을 위한 것인지, 상품·서비스 대가인지, 또는 대여 목적인지 등 거래의 성격을 판단해 회계기준에 맞게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시 가이드라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가상자산관련 주석공시 모범사례'를 통해 기본적인 공시가 이뤄지고 있다.
김 센터장은 “가상자산 수량에 대한 검증을 위해 총 발행량, 현재 유통량, 락업 일정, 소각량, 재단 보유량 등의 정보가 포함된 표준 보고서를 발행하여 회계법인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감사하여 공시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상자산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온체인 기반의 데이터 공시가 필요하다”면서 “온체인 상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고 주기적으로 공시된다면 유통량 조작이나 갑작스러운 락업 해제, 시장 가격 조작 시도 등을 확인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더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특히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특수성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사실상 가상자산 발행이 금지되어 있어서 해외에 자회사나 관계사 형식으로 프로젝트를 두고 있다”면서 “해외 설립 회사들을 규제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연결회사들에는 이것까지 포함해서 공시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진단했다.
올해 한국은행이 CBDC 상용화에 나서는 가운데 관련 공시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김 센터장은 “CBDC를 현금으로 분류할 것인지, 금융상품으로 분류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가상자산과 같이 무형자산으로 분류할 것인지가 정해져야 한다”면서 “특히 소매형 CBDC와 도매형 CBDC를 어떻게 분류하여 회계처리 할지도 중요한 과제”라 짚었다.
마지막으로 김 센터장은 “산업은 회계처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발전이 멈추지 않는다”면서 “제도권이 새로운 기술과 상품 발전에 발맞춰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