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산성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연안 어업·지역경제 경고

2025-11-15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연구팀이 해안 해양 산성화가 기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 세계 연안 생태계와 지역 경제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특히 캘리포니아 해류와 같은 해양 용승(upwelling;깊은 바닷물이 바람·지형 등의 영향으로 솟아올라 표층으로 올라오는 현상) 해역에서 산성화가 ‘증폭’되는 현상이 확인되면서, 주요 어장이 밀집한 연안 해역의 취약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됐다.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연구팀에 따르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가 증가할수록 해수에 녹아드는 양도 늘어나 바다의 pH(수소이온 농도)가 낮아지는데, 이 과정이 단순히 대기 CO₂ 농도 변화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 해역에서는 훨씬 더 빠르고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해양 용승은 깊은 바다의 차갑고 영양염이 풍부한 물이 연안으로 솟아오르는 현상이다. 이 깊은 물에는 표층에서 가라앉은 유기물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CO₂가 축적되고, 그 과정에서 물 자체가 이미 상당히 산성화된 상태가 된다.

연구팀은 용승이 일어나는 캘리포니아 해류에 주목했다. 표층에서 가라앉은 유기물이 깊은 바다에서 분해되며 CO₂를 내놓고, 이 CO₂가 녹아 있는 ‘산성 물 덩어리’가 용승에 의해 다시 표층으로 끌어올려진다. 여기에 대기 중 CO₂까지 더해지면서 이 물은 한 번 더 산성화돼, 결국 해당 연안 해역의 해양 산성화를 ‘이중으로’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산호 골격에 기록된 붕소 동위원소 서명을 분석해 20세기 동안의 산성도 변화를 복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해양 모형을 적용해 21세기 산성화 전망을 예측했다. 그 결과, 캘리포니아 해류처럼 용승이 활발한 해역에서는 단순히 대기 CO₂ 증가만을 반영한 ‘예상 시나리오’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산성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문제는 이러한 용승 시스템이 지구상에서 가장 생산적인 해양 생태계 중 하나이며, 전 세계 어업의 상당 부분을 떠받치고 있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 해류뿐 아니라 페루 연안을 흐르는 훔볼트 해류, 서아프리카의 벵겔라·카나리아 해류 등도 대표적인 용승 해역으로, 모두 각 지역의 핵심 어장과 직결돼 있다.

연구진은 이들 해역에서 산성화가 가속되면 패류·갑각류와 같은 석회질 생물을 비롯해 해양 먹이망 전반에 연쇄적인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수산업 생산량 감소, 어업 공동체의 생계 불안, 연안 관광·서비스 산업 위축 등으로 이어져,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지역 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인트앤드루스대 지구·환경과학과 선임 연구원 하나 주리코바(Hana Jurikova) 박사는 “인위적인 CO₂ 배출이 해양 산성화의 자연적 요인들과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기후 변화에 대한 해양의 반응을 예측하는 일은 매우 복잡하다”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상호작용이 캘리포니아 전류 시스템의 환경 변화를 증폭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며, 다른 지역 용승 해역에서도 유사한 연구가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해양 산성화를 ‘별도의 문제’로 보기보다, 대기 중 온실가스 감축과 동일한 축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다의 산성화가 궁극적으로 대기 CO₂ 농도와 직결돼 있는 만큼, 탄소 배출을 줄이는 모든 기후 대응책이 곧 해양 산성화를 완화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세인트앤드루스대 지구·환경과학과 제임스 레이(James Rae) 박사는 “바다가 산성화되면서 해양 생태계와 그 생태계에 의존하는 지역사회·경제가 큰 위험에 놓여 있다”며 “재생에너지 확대, 히트펌프, 전기차 등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과 정책은 기후변화 대응뿐 아니라 해양 산성화 문제 해결에도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안 어업과 해양 생태계가 이미 변화의 압력을 받고 있는 지금, 정책 결정자들은 용승 해역을 포함한 연안 해양의 산성화 추세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어업 관리·해양 보호구역 설정·기후 적응 전략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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