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찾는 한국의 ‘핫스팟’이 달라졌다. 서울 남산, 명동, 경복궁, 면세점보다 K푸드, K뷰티, K패션 등 한국의 매력적인 K컬처 공간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유통·관광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883만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6%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104.6%나 늘었다. 연말이면 역대 최대인 2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SNS를 통해 전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는 한국의 대표 명소는 어디일까.

■한국 랜드마크가 달라졌다
젊은이들의 팝업 성지로 꼽히는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은 외국인들이 발도장을 찍는 대표적인 곳이다. 2022년 3.3%에 머물던 외국인 매출 비중이 2023년 9.7%, 지난해 14.6%, 올해 상반기에는 15%까지 늘어났다. 여행객 국적도 2022년 82개국에서 2023년 125개국, 지난해엔 156개국으로 넓어졌다.
재미있는 점은 일본과 대만, 동남아시아 고객은 K패션·K팝 팝업스토어를 많이 찾고, 미국은 뷰티 브랜드와 식음료(F&B) 매장을, 중국과 중동인들은 고급 주얼리 등 명품에 관심이 크다는 데 있다.
비결은 외국인 특화 전략에 있다. 새롭게 선보인 상시 무료 캐리어 보관, 외국인 셀프 투어맵, 외국인 전용 통합 멤버십 등이 대표적이다. AI 쇼핑 도우미가 매장 브랜드, 레스토랑 등을 외국인에게 안내하기도 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단순 쇼핑을 떠나 한국의 최신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찾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며 “외국인 전용 문화센터 강좌 개설, 서울 내 고급 호텔과 연계한 딜리버리 서비스 등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월드타워’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를 찾는 외국인이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고 외국인 매출은 20% 늘었다. ‘롯데타운’ 잠실 명성도 자자하다. 백화점을 비롯해 에비뉴엘, 월드몰, 잔디광장, 석촌호수까지 외국인에게 인기있는 K패션과 K푸드, K시그니처 행사들을 잇따라 열면서 체험형 콘텐츠, 문화적 경험을 누릴 수 있는 복합쇼핑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어서다. 실제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올해 상반기 외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20% 증가하는 등 최근 3년간 잠실점 연평균 매출(10%대)보다 2배가량 높았다. 에비뉴엘 잠실점·월드몰에 AI 통역 서비스를 도입해 일평균 700여건의 외국인 상담에 즉각 대응한 점도 통했다. 8월1일부터는 롯데월드타워·몰 등 롯데타운을 다양한 할인과 무료 입장 등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외국인 전용 ‘디스커버리 서울패스’를 도입했다.

■외국인 ‘쇼핑 1번지’가 달라졌다
외국인들의 쇼핑 1번지는 CJ올리브영이다. 지난해만 해도 전 세계 189개국 관광객들이 전국 1264개 올리브영 매장을 찾아 942만여건을 결제했다. 서울 명동부터 제주 서귀포까지 전체 매장의 92%를 외국인들이 찾은 셈이다. 중소기업 ‘인디 화장품’ 등 최신 K뷰티 트렌드를 체험하려는 발길이 늘면서 전년 대비 외국인 매출이 140% 급증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올리브영N 성수’는 누적 방문객이 오픈 4개월 만에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일평균 8000명이 찾고 있다. 이곳 매출의 70%는 외국인이 책임진다. 외국인 비중이 높은 매장을 ‘글로벌관광상권’으로 특별 관리한 덕분이다. ‘K뷰티 나우’ ‘글로벌 핫이슈’ 등 별도의 진열 공간을 마련하는가 하면 대량 구매 관광객의 쇼핑 편의를 돕기 위해 캐리어 보관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새로운 K뷰티 브랜드를 가장 먼저 선보이는 ‘글로벌 K뷰티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글로벌 브랜드인데도 한국을 찾으면 ‘인증샷’을 남기는 방문처다. 특히 이대점의 경우 외국인들이 상시 대기하는데 개인 맞춤형 ‘텀블러 각인’ 서비스 때문이다. 고객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으로, 개인 이름 등을 새기는 과정을 직접 촬영해 실시간으로 SNS에 공유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제주 등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매장과 ‘경동1960점’ ‘대구종로고택점’ 등 한국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이색 매장도 인기다. 스타벅스의 올해 상반기 외국인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9%가량 증가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과 유동인구가 밀집된 매장에 키오스크를 시범 도입하는 등 편의성을 더했다”면서 “한국의 특색을 담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로 다채로운 여행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일정을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보내는 외국인이 많다. 지난해 기준 이곳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40%로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5%가량 증가했다. 공항철도 종점이자 KTX·지하철 등 교통망 중심지에 위치한 쇼핑 환경과 맞춤형 특화 서비스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2023년 9월 리뉴얼을 통해 외국인이 많이 찾는 김, 과자, 커피, 견과류, 라면 등 가공식품을 20m 길이의 특화공간(K-Food존)에 진열해 원스톱 쇼핑을 돕고 있다. 대형마트 최초의 한국문화상품관 BOMUL(보물) 매장도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상품을 갤러리 콘셉트의 30평 공간에서 전시·판매하는데 박물관이나 고궁을 방문하지 못한 외국인들의 반응이 뜨겁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무료 짐 보관, 외화 환전기, EMS 국제택배 등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 서울관광재단 관광브랜드팀장은 “외국인들의 국내 여행 필수코스가 고궁, 면세점 등에서 개인 취향에 맞는 체험형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K팝, K푸드, K뷰티 등 K컬처가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