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은행은 올해 처음으로 개최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한은의 동결 결정은 기준금리 인하 시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더 뛸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우리나라 가계 부채 규모가 여전히 높다는 점도 고려한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세계 44개 주요국 중에서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가계부채만 걱정하기에는 우리나라 가구의 상황, 특히 저소득층 가구의 사정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특히 계엄사태 이후 가계 경제 사정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이 2월 25일에 열리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1월 16일 올해 첫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00%로 유지하기로 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중반대까지 오른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3번 연속 인하할 경우 미국과의 금리 차가 벌어지면서 환율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좋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BIS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1.0%로 조사됐다. 이는 1년 전이었던 2023년 6월 말 94.5%에 비하면 3.5%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코로나19 당시의 저금리 상태를 벗어난 뒤 고금리 흐름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가계부채 규모가 소폭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계부채는 여전히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70.7%에 그쳤고, 영국도 77.5%에 머물렀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 가계부채 비중이 65.4%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크기인 이탈리아도 가계부채 비중은 36.6%였다. 최근 지방정부 부채가 심각한 경제 위기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중국도 가계부채 비중은 62.1%로 우리나라보다 낮았다. 44개 주요국 중 우리나라보다 가계부채 규모가 큰 국가는 스위스(125.7%)와 호주(111.5), 캐나다(101.8%) 등 3개국뿐이었다.
한은은 이러한 환율과 가계부채 상황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저소득층 호주머니 사정을 살펴보면 기준금리 동결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시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72만 960원으로 1년 전(459만 9363원)에 비해 12만 1597원(2.6%) 증가했다. 가계지출의 경우 같은 기간 352만 8597원에서 358만 2824원으로 5만 4226원(1.5%) 늘어나면서 흑자액은 113만 8136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전체 가구로는 평균 월 100만 원이 넘는 흑자가 발생했지만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1분위 가구만 놓고 보면 오히려 더 나빠졌다. 1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은 지난해 3분기 107만 8218원으로 1년 전(105만 129원)과 비교하면 2만 8089원(2.7%)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지출액은 같은 기간 130만 4957원에서 135만 7240원으로 5만 2283원(4.0%) 증가했다. 이로 인해 1분기 가구의 경우 3분기에 월평균 27만 9022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는 1년 전 적자액 25만 4828원보다 늘어난 것이다. 적자 가구 비율도 높아졌다. 1분위 가구의 경우 적자 가구 비율이 지난해 3분기 기준 33.1%로 1년 전(28.6%)보다 4.6%포인트 올랐다. 저소득 가구의 경우 3가구 중 1가구는 적자에 빠져있는 것이다.
계엄사태를 겪으면서 이러한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 한은에 따르면 6개월 전과 지금을 비교한 1월 현재생활형편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87에 머물렀다. 이는 2023년 11월(87)에 이어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11월 91에서 4포인트 떨어진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12월 3일 계엄사태 여파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CSI는 기준치 100보다 낮을 경우 생활형편이 6개월 전보다 나빠졌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많음을 의미한다. 특히 저소득층인 월 소득 100만 원 이하 가구의 경우 1월 현재생활형편 CSI는 지난해 12월(81)보다 5포인트나 급락하며 76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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