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는 다양한 관점에서 존중돼야 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영화 ‘건국전쟁2’를 관람하며 남긴 이야기다. 공당의 대표가 당당하게 사용한 ‘다양한 관점’이라는 말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생각한다. “국민들의 민심을 살펴도 모자랄 공당의 대표가 추석 연휴 한복판에 극우의 민심만 살피는 정당으로 전락되고 있음을 스스로 입증하고 말았다”라는 4·3 단체들의 성명이 날카롭다. 여기서 ‘다양한 관점’이라는 말은 기실 ‘우리 관점’이라는 말과 동의어다.

특별법과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4·3사건의 공식적인 정의는 다음과 같다. “제주 4·3 사건이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남로당 무장 세력과 이들을 진압하려는 군인, 경찰 간의 충돌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수만 명의 주민들이 학살당했다. 유족들은 연좌제로 고통받았다. 이 슬프고 복잡한 사태를 건국을 위한 과정으로 손쉽게 치환하는 일, 그것을 공당의 대표가 정당화하는 일은 얼마나 무책임한가. 거기에는 극우를 위한 ‘서비스 마인드’만 있을 뿐 국민 전체를 위한 마음은 없다.
『전광훈 현상의 기원』(2025)에서 배덕만 목사는 4·3 사건이 한국 개신교의 극우화에 결정적인 동력을 제공했다고 분석한다. 그 기원으로 지목하는 것은 해방 전 한국 교회의 70% 이상이 있었던 평안도·황해도·북간도 교인들의 월남과, 미군정 하에서 미국 선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정부 재건에 관여한 이래 우파 정권에서 특혜를 받아 온 역사다. 반공주의와 친미주의라는 극우의 두 뼈대가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셈이다.
공당의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충성을 바치는 일이 아니라, 이 수십 년의 세월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피는 일이지 않은가.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